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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힐링투어·빈집 리모델링… “워케이션族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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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13 18:54:14 수정 : 2025-10-13 18:54:25
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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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체류형 생활인구’ 유치전

다양한 지역 프로그램 인기
청양군, 만원 임대·창업가 교류 등 활발
서산시, 한 달 살면 교통비·보험료 제공
부산은 ‘워케이션’ 10박에 50만원 지급

맞춤형 인구 증대 고민 절실
대부분 관광 체험 편중 재방문 적어
“지역 인프라 다양화·민간 협업 필요
‘생활권 멤버스’로 반복 체류 촉진을”
#1. 인구 3만명이 붕괴된 충남 청양군은 올해 4월 생활인구 20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충남 15개 시·군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고 노인 비율이 절반이 넘는 청양군은 청년 유입 정책으로 ‘머물며 살아보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본캐(본래 캐릭터)에서 벗어나 그동안 꿈꿔왔던 요리사·화가 등 부캐(부캐릭터)로 지역에서 살아보는 ‘부캐힐링투어’, 빈집을 리모델링해 월 1만원에 임대하는 ‘빈집이음사업’ 등이 그것이다. 부캐힐링투어는 관광지 투어는 물론 계절 농산물 수확, 청년 창업가와 교류 등 지역에 녹아들 수 있게 설계했다. 지난해까지 10기수가 참여했고 올해도 6월부터 기수마다 8명의 청년이 9박10일간 청양에 머물며 생활하고 있다.

#2. 전남 강진군 ‘한달살기’ 참가자들은 단순 체험자가 아닌 마을 기획·운영자로 지역자원과 주민을 만난다. 지난해 326명의 청년이 참여했는데 이 중 5명의 청년이 병영면에 정착하는 성과를 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살던 곳을 떠나 지역에 이주하려면 그 지역과 교감이 중요한데 그 기회가 한달살기 프로그램”이라면서 “지속가능한 마을은 지역공동체가 이끄는 만큼 한달살기를 하면서 적극 홍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소멸 위기에 몰린 지방자치단체들이 ‘체류형 생활인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생활인구란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둔 정주인구와 해당지역에 하루 3시간, 월 1차례 이상 머무르는 ‘체류인구’를 포함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저출생·고령화, 수도권 집중현상 등에 따른 지방소멸 가속화로 생활인구 확대는 지자체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고 있다. 생활인구는 지자체 새 인구 정책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한달살기·반값여행’… 노마드인구를 잡아라

이들 지자체의 생활인구 유치 주요 카드는 ‘한달살기’, ‘반값여행’, ‘워케이션(일+휴가 병행)’이다. 지역에서 장기 체류하며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데다 숙박비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지자체가 제공한다는 이점이 있다. 기간은 수일부터 일주일, 한 달 등 다양하게 설정돼 있고, 조건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후기를 올리는 형식이어서 부담이 없다.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충남 서산은 2023년부터 ‘한달살기’를 운영하고 있다. 1박당 5만원의 숙박비와 식비·교통비 등 부대비로 일당 2만원, 체험활동비 10만∼15만원, 여행자보험비 2만원 등을 지급한다. 여행 비용 중 절반 이상을 서산에서 지출하면 된다. 올해 경쟁률은 10대 1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 부산시 ‘워케이션’은 최대 10박 50만원까지 지원한다. 부산시 워케이션이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워케이션 사업으로 유발된 경제적 파급효과는 224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를 조사한 결과 체류인구는 등록 인구의 4배, 생활인구는 5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의 체류인구는 26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주인구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이다.

충남 공주시 주민등록 인구는 10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공주 제민천, 한옥마을 등이 ‘입소문’에 오르면서 월평균 생활인구는 70만명을 넘는다. 산수유축제로 유명한 전남 구례군 주민등록 인구는 2만여명 정도다. 그러나 생활인구는 47만명으로 정주인구의 18배에 달한다. 강원 양양군의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의 28배이고, 등록인구가 3만명에 불과한 충북 괴산군 생활인구는 38만명으로 정주인구의 10배가 넘었다.

생활인구가 높은 지역은 대부분 관광지다. 행정안전부가 올 5월 발표한 ‘2024년 3분기 생활인구 산정 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역인구 대비 생활인구가 가장 높은 배수로 나타난 지역은 강원 양양, 경기 가평, 강원 평창 등 주요 관광 명소에 몰려있다.

행안부는 8월부터 인구소멸지역 89곳에 ‘생활인구 등록제’를 도입했다. 지방소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자구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활인구 등록제는 인구의 양적 증가보다 통근이나 통학, 관광 목적의 인구 이동성을 반영해 폭넓게 인구를 산정하자는 취지이다. 행안부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를 집계하고 행·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벤트형 전략 한계… 지자체별 관계 설계를

생활인구 등록제는 수도권 인구 편중 폐해를 낮출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 지자체의 한달살기·반값여행은 ‘관광 체험’에 치우쳐 상시적 관계, 반복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계를 보인다. 체류 특성·지출데이터도 ‘짧아진 체류·긴축 소비’ 흐름을 보이는데, 당일 선호가 늘고 지출은 둔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3월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을 방문한 관광생활인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적인 소비지출 규모는 1~2주간 머무는 장기 체류 방문객이 가장 컸으나 전반적인 소비 심리는 비정기적으로 지역을 찾는 방문객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핵심은 ‘관계 설계’에 달렸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보건학)는 “지자체의 생활인구 정책은 구름다리 놓듯 관광인구를 늘리는 천편일률식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생활인구 대부분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서 들어오는데, 지역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있어야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시 지역을 찾게 될 것”이라면서 “관에서 설계하는 정책은 정해진 예산 등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행정학)는 각 지자체의 맞춤형 생활인구 증대 방안 고민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권 교수는 “물량형 유치만으로는 지역경제 파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자체는 방문 인구의 전환 과정을 세세하게 설계해야 한다”며 “방문이 관계 심화로 이어지고 관계 심화는 지역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흐름을 설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가 염두에 두는 지역 살리기 방안은 ‘구독형 인프라’ 개념이다. 그는 “일례로 ‘교통패스+함께 작업(코워킹)+생활편의’를 묶은 ‘생활권 멤버십’을 도입해 반복 체류를 촉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생활인구 등록제 도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생활인구 등록제는 주민등록과 별개로 일상적 활동지역에 개인이 생활을 등록해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제도다. 안소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생활등록제 도입은 행정·재정적 부담, 주민등록인구와의 형평성 문제, 제도 악용 우려 등이 있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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