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민 모욕” 대통령 탄핵 재발의 경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차기 정부를 이끌 새 총리로 사임한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를 재임명했다. 좌파 성향 총리 지명을 통해 보수적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요구해 온 야당과 사실상 정면충돌을 선택한 것이어서 프랑스 정가는 더욱 혼란으로 치닫게 됐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전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르코르뉘를 총리로 임명하고 정부 구성 임무를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긴축재정 정책 추진 실패로 사임한 전임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의 뒤를 이어 지난달 9일 새 총리로 지명됐지만, 예산안을 둘러싸고 야권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임명 27일 만인 지난 6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사직서를 수리한 뒤 야당과 협의를 통해 후임자 물색에 나섰으나,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자 결국 측근인 르코르뉘를 재지명했다. 사임 후 다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던 르코르뉘 총리는 엘리제궁 발표 뒤 엑스(X)에 글을 올려 “의무감에 대통령께서 맡겨 준 임무를 수락한다”고 적었다.
앞선 총리직 수행 시절과 달리 새 집권 기간에 르코르뉘 총리는 정부 구성 등에 있어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르피가로는 르코르뉘 총리가 재임명 요청을 수락하기 전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자신의 조건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야당이 제기한 모든 안건에 대한 의회 재논의를 마크롱 대통령이 수용하는 조건이 요구 중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르코르뉘 총리 지명은 기존 정부와 단절하고 좌파 성향 총리를 지명하라는 야권 요구를 마크롱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라 장기간 이어온 프랑스 정치권 갈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야당에선 즉각 강한 반발이 쏟아졌다. 녹색당 마린 통들리에 대표는 엑스(X)에 “믿을 수 없다”는 짧은 말로 분노를 표했다. 새 총리 임명을 위한 협의과정에서조차 배제됐던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뉘엘 봉파르 의원은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해 “권력에 취한 무책임한 자의 프랑스 국민에 대한 새로운 모욕”이라면서 대통령 탄핵안 재발의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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