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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한 줌에 담긴 자연의 소중함 깨닫다

입력 : 2025-10-11 06:00:00 수정 : 2025-10-09 20:36:35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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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탄소 저장고’이자 정수 필터
가축 방목·벌목 등 영향 토양 파괴
매년 수십억t 침식 기후변화 심각
재생 농업 통한 토양 복원 노력을

흙이 사라진 세상/ 조 헨델스만/ 김숲/ 2만4000원

 

“흙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흙이 사라진 세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토양의 위기를 다룬 과학 교양서다. 미국의 미생물 생태학과 토양 연구 분야 권위자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서 자문을 맡았던 저자는 우리의 발밑에 있는 지구인 흙이 해마다 수십억t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자연적으로 땅 표면에 있는 가장 위층의 흙인 ‘표토(表土·topsoil)’가 생성되는 속도는 매년 최대 1㏊당 0.5∼1t이다. 반면에 땅이 침식되는 속도는 평균적으로 매년 1㏊당 13.5t이다. 이렇듯 토양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10∼100배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전 세계 토양 침식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인류 문명은 비옥한 흙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는데 현대식 농법과 기후 변화로 생기는 토양 유실은 심각한 지경이다. 토양이 죽으면 농업은 붕괴하고, 농업이 무너지면 인류는 생존 기반을 잃는다”고 경고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비는 빗물이 땅에 떨어질 때 땅을 때리는 힘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10㏊의 지표에 1000㎜의 비가 계속해서 쏟아지며 전달하는 운동에너지는 TNT 1t을 터트리는 것과 맞먹는다. 전 세계적으로 물은 매년 200∼500억t의 토양을 원래 위치에서 옮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지고 전 세계 곳곳에 더 맹렬한 폭풍우를 유발함에 따라 더 증가할 것이다. 물은 나이지리아의 80%를 포함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46%를 침식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남태평양의 화산섬은 가파른 지형과 극심한 폭풍우로 연평균 침식량이 1㏊당 50t에 달한다.”(93쪽)

저자는 아메리카 대륙은 향후 수십 년 동안 토양 침식이 심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한다. 대륙 전체적으로 이미 2억5900㏊의 숲이 벌목됐고 7000만㏊에서 과도한 가축방목이 이뤄지고 있어 토양 훼손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절반이 사막화로 황폐해지는 등 남아메리카 토양의 68%가 영향을 받고 있다. 토양이 사라지면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가난한 가정은 끼니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토양 위기는 곧 식탁의 위기이자 인류의 위기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토양의 기능과 가치를 설명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흙은 식물과 미생물이 식량, 연료, 사료, 섬유, 약품을 생산하면서 번성할 수 있게 한다. 화학적 관점에서 흙은 유익하거나 유해한 물질을 흡착하고 방출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물리적으로는 흙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을 조절하며, 식물이 잘 서도록 지지구조를 이룬다.

조 헨델스만/ 김숲/ 2만4000원

인류가 먹는 식량의 95%가 흙에서 나온다. 흙 속의 탄소량은 지구 대기의 3배이다. 흙은 생명체의 25%가 서식하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토양은 물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류가 먹을 수 있게 여과하는 정수 필터 역할을 한다. 지구 담수의 75%와 전 세계 식수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지하수는 25억명에게 물을 제공한다. 토양은 지구의 거장 거대한 정수 필터이자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한다.

흙의 중요성은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흙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여긴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인 아담은 흙으로 빚어졌는데 아담이란 이름은 히브리어로 흙을 뜻하는 ‘adama’에서 유래됐다. 코란에도 인간은 진흙으로 빚었으며 흙이란 단어가 287번에 언급되고 있다.

저자는 현대식 농업과 기후 변화로 가속화되고 있는 토양 시스템 붕괴가 종국에서는 식량 생산과 환경 위기를 초래하는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책 전반에서 독자가 토양의 소중함을 깨닫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구가 인류에게 아낌없이 주는 선물인 토양의 보전과 관리를 위한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절망하기보다는 이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흙을 갈지 않고(무경운), 다양한 작물을 돌려 심으며, 가축방목을 통합하는 방식이다. 미국 노스다코타주의 한 목장은 이러한 방법으로 불과 10년 만에 토양 유기물 함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화학비료 비용은 줄었고, 토양은 빗물을 머금어 가뭄에도 버틸 수 있게 됐다. 저자는 “토양을 되살리는 것은 단순한 환경 운동이 아니라, 농민의 생존 전략이자 국가 경제의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주요 도시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뉴욕과 런던에서는 버려진 땅이나 옥상에서 도시 농업을 실험하며, 퇴비화와 토양 복원을 결합하고 있다. 토양을 직접 재생시키는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환경 의식을 높이고, 지역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흙이 사라진 세상을 막아낼 연대의 작은 씨앗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책은 우리가 평소 무심히 지나치는 흙 한 줌이 사실 얼마나 복잡하고 위대한 생명체의 집합인지, 흙의 소실이 얼마나 인류의 삶을 위태롭게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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