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대출규제 후속조치 고심…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확대 가능성도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패키지 후속대책'을 신중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6·27 대출규제에 이어 9·7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반짝 약발'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대출을 한층 조이고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세제 카드'를 어느 정도로 꺼내 들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추석 이후에도 부동산 오름세가 이어진다면 세제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기류다.
다만 세율이나 공제·과세표준 체제를 뒤흔드는 세법 개정보다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에 무게가 쏠린다. 일정 부분 보유세 부담을 늘리면서도 자칫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세법 개정을 피하겠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 '보유세 강화' 신중검토…현실화율·공정비율 상향조정 거론
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이 추가적인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물밑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세제 역할론이 주목된다.
금융당국과 국토부가 '보유세 강화'의 필요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세제 당국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표정이다.
최근 차관급 회의에서도 이런 논의가 비중 있게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기재부 측은 "보유세 강화를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으나, 보유세도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책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보겠는 원론적인 취지에 가깝다는 전언이다.
정부 내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대출 규제 및 공급 확대뿐만 아니라 세제 조치까지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세제를 섣불리 꺼냈다가는 오히려 부동산값 폭등을 자초하면서 정권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계심리도 강하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근저에 '종합부동산세'가 자리 잡고 있다는 학습효과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는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을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인식과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간접적인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시행령 개정 사안이어서 세법 개정 없이 가능하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이고, 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1주택자)다. 각종 공제 요인을 제쳐놓더라도, 과표가 시세의 41%(시세x0.69x0.60)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끌어내렸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다시 80%로 원상복구하고,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폭 커질 수 있다. 가격이 치솟은 일부 고가주택은 세부담 상한까지 보유세가 불어날 수 있다.
◇ 'DSR 강화' 대출 더 조이고…규제지역 확대하나
후속 대책에는 대출 한도를 더 조이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면서 부동산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9·7 공급 대책에 실망한 수요자들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며 대출 규제의 '약발'이 다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체계 내에서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SR은 차주의 연간 소득 대비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현재 은행권 기준으로는 40%를 초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 한도 자체를 낮추거나 전세대출·정책대출 등 그동안 예외로 둔 영역에도 DSR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소득의 40%를 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을 드러내 왔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현행 40%인 DSR 한도를 3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주담대 한도를 현재 6억원에서 4억원으로 낮추거나 특정 주택가격 초과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를 적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다만 특정 가격선을 기준으로 규제를 적용할 경우 오히려 '선수요'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우선순위에서는 다소 밀린 분위기다.
규제지역 확대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서울 성동구와 마포구를 비롯한 '한강 벨트' 권역 및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가격 오름폭이 두드러지는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기과열지구는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곳(1.5배)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조정대상지역은 최근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 이상이면 지정 대상이 된다.
규제지역에 더해 정부가 직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하면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갭투자가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토허구역 지정권자를 국토부 장관으로 확대하는 관련법 개정안은 일러야 내달 이후에나 국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현재 시장 상황에 즉시 적용할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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