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땅 아래, 깊이 9m의 땅굴이 있었다.
굴착 장비와 전동드릴로 120m를 파고 들어간 끝에 송유관에 도달한 이들은,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경유를 빼내기 시작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신현일 부장판사)는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과 특수절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40대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사유에 변동이 없다”며 원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공범 3명과 함께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경기 안성시 일대에서 송유관에 절취 장치를 설치하고, 7차례에 걸쳐 3500만 원 상당의 경유 2만1000ℓ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그보다 앞서 약 7개월 동안 창고를 거점으로 땅굴을 파올라갔다. 깊이 9m, 길이 120m, 높이 1m짜리 땅굴은 경부고속도로 아래를 관통해 송유관으로 이어졌다.
굴착 장비 구입과 터널 시공을 담당한 A씨는 지난해 10월 대전에서 경찰에 체포될 당시, 승용차를 몰아 경찰차를 들이받는 등 저항한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석유 절도는 단순한 재산범죄를 넘어 폭발·화재, 환경오염 등 사회적 해악이 큰 범죄”라며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대한송유관공사의 엄벌 탄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A씨의 공범 3명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등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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