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이 (죄가) 되지도 않는 것을 기소하거나, 무죄가 나와도 책임을 면하려고 항소·상고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배임죄가 남용되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점에 대해 제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할 때”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와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배임죄와 항소 제도를 손볼 것을 주문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피고인 이익 위해 피해자 이익 무시돼도 되나”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사법연수원 30기)은 1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사가 기소해 법원에서 무죄가 나오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되지도 않는 기소’라는 말은 법원의 오판율이 99%에 이른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정 위원은 “기소되는 사건의 무죄율이 1%대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거나 불분명한 경우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리기 때문”이라며 “유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소하는 것인지 무죄를 예상하면서 당사자를 고통받게 하려고 기소하는 검사는 단언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호응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면 피해자의 이익은 무시되어도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유리한 것이 무조건 정의이고 올바른 것이라면 아예 형사재판 제도를 없애면 된다”면서 “범죄자를 처벌하지 않으면 죄 지은 자가 고통받을 일이 아예 없을 것 아닌가. 그런 세상을 원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더 희한한 것은 현재의 3심제도 장기간 진행되는 재판으로 인해 당사자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면서 바로 엊그제까지도 여당 일각에서는 사실상 4심제를 추진하려던 시도가 있었던 것”이라며 “이랬다저랬다 일관성도, 원칙도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32기)도 같은 날 올린 글을 통해 “검사가 무죄 사건 항소를 하게 되면 항소심 검사들의 고생도 만만치 않다”면서 “피고인들의 인권과 검사들의 복지 증진을 위해 검사들의 항소·상고를 금지해 주기를 강력히 건의한다”고 풍자했다. 그는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률로서 검사에게 상고권을 부여했으면 검사들이 무죄 사건에 상소한다는 이유로 ‘되도 않는 기소’라고 싸잡아 나무라지 말고 차라리 법으로 검사가 상소를 못하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 검사는 이어 “살인, 성폭력, 강력사건 등 중요 사건에 한해 상소하도록 한다는 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중요 사건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냐”면서 “중요 사건만 검사 상소를 허용한다는 것은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상당히 ‘포퓰리즘’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임죄 없으면 법카유용·전세사기 ‘처벌 공백’
배임죄 폐지와 관련해서도 비판 글이 이어졌다. 김민아 광주지검 목포지청장(34기)은 ‘배임죄 폐지 결의에 부쳐’라는 제목의 글에서 “‘개혁’이라는 변명을 달고 전대미문의 상상조차 하지 못한 입법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지청장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고소 사건에서 (업무상) 배임죄가 얼마나 많은지 누구보다 우리 검사님들이 잘 아실 것”이라며 형법주석서를 인용해 배임죄 폐지 시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김 지청장은 “배임죄가 형법355조에 횡령죄와 함께 배치돼 있다”며 두 죄 모두 타인에 대한 위임·신뢰 관계를 배신하는 범죄로 성질이 같음에도 배임죄만 폐지한다면 체계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또 공공 및 민간 기관의 활동비, 법인카드 등 사용 관련 비리나 전세사기에서 임대차 위탁 관리 회사에서 임대인 모르게 임차료를 올려 받고 전세 자금을 반환하지 못한 사건 등 기존에 배임죄로 처벌한 판례를 인용해 처벌 공백 문제가 생긴다고 우려했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법 부장검사(30기)도 “자고 일어나면 법이 하나 폐지되고 새로운 법이 하나 뚝딱 만들어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요즘”이라며 “정부 여당의 배임죄 폐지 추진 선언은 캐비넷에 가득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 장기 사건과 날마다 새로이 송치되는 배임 사건 기록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고민하게 한다”고 자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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