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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벤처 붐’ 도래하나…‘2025 경기 스타트업 서밋’의 교훈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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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4 17:10:38 수정 : 2025-10-05 23:13:40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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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제3 벤처 붐 이끌 것”…13조5000억 투입 프로젝트
金 지사 “제3 벤처 붐 일으킬 것”… G-SUMMIT 지난 1∼2일 열려
경기도, 국내 대표 투자 플랫폼 도약 선언…글로벌 빅테크 등 참여
기술 검증·대기업 협업·투자 연계·해외 진출…후속 프로그램은 과제

#1. 국내 벤처 붐은 1996년 코스닥시장 개장과 궤를 같이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통신(IT) 혁명과 닷컴 열풍이 불면서 한국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과 자본 조달 통로가 필요했습니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유가증권 시장을 벗어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역시 ‘생명줄’의 원활한 수급이 요구되던 상황이었죠. 이듬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한국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죠. 국가 전략으로 벤처기업 육성이 추진됐고 IT와 소프트웨어, 인터넷 관련 업체의 창업 붐이 일었습니다. 이른바 ‘신경제의 시대’의 도래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붕괴하면서 코스닥시장은 급격한 하락을 피하지 못합니다. 실질적 수익 구조를 만들지 못한 채 단지 벤처기업이라는 이름만으로 과대평가된 기업들은 속속 파산했습니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거품 붕괴’, ‘투자 위험성’이란 단어가 각인되며 빛과 그림자를 남깁니다.

 

#2. 지난달 17일 경기 성남시의 스타트업 스퀘어. 이곳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악수합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청년 스타트업 간담회를 열어 “스타트업이 미래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제3 벤처 붐 시대’를 이끌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11조원대 혁신자금을 공급해 3조원짜리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기술보증에 8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면서 “40조원 벤처투자 시장을 실현한다는 정부 약속을 지켜나가겠다”며 “실패 경험이 새로운 도전을 가로막지 않고 도약 자산으로 활용되도록 1조원 규모의 재도전펀드도 조성해 청년 스타트업의 회복과 성장을 돕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되 최근 핵심 산업부문에서 50개의 유니콘 기업을 키우는 13조5000억원대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습니다.

 

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2025 경기 스타트업 서밋(G-SUMMIT)’ 개막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 李 대통령 “40조 벤처투자”…‘G-SUMMIT’에 180곳 스타트업 몰려

 

지난 1∼2일 ‘스타트업 천국’을 꿈꾸는 경기도가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의미 있는 실험을 이어갔습니다. 글로벌 투자박람회 ‘경기 스타트업 서밋(G-SUMMIT)’입니다. ‘제3 벤처 붐’을 기치로 내건 행사에는 국내외 스타트업 180곳과 글로벌 빅테크·기관 36곳이 참여했습니다. 기업과 투자자의 단순한 만남이 아닌 글로벌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했죠. 기회를 성과로 바꾸고 협업을 통해 미래 산업을 주도하려는 자리였습니다.

 

야심 찬 스타트업과 선구적 투자자, 선도적 기업이 모여 실질적 비즈니스 영향력을 창출하려는 겁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을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는 데 방점이 찍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9월17일 경기 성남시 스타트업 스퀘어에서 열린 청년 스타트업 상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행사는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이 주관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째 행사입니다. 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혁신 기술 분야 스타트업을 지속해서 발굴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사 기간 아마존웹서비스(AWS), 알리바바클라우드, 퓨리오사AI, 메가존클라우드 등 국내외 대표 혁신기업들은 공동관을 꾸려 최신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영국), 어셈블리 벤처스(미국), 앤틀러(싱가포르) 등 대형 벤처캐피털(VC)을 비롯해 국내외 투자사 200여곳은 500여건의 사전 매칭을 기록하는 등 활발한 투자상담을 이어갔죠. 

 

올해는 지난해 파트너였던 스페인의 사우스 서밋(South Summit)에 더해 미국의 세계적 액셀러레이터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가 새 파트너로 합류했습니다.

 

‘경기 스타트업 서밋’ 현장을 둘러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오른쪽 세 번째). 경기도 제공

사우스 서밋은 2012년 출범해 10여년간 누적 투자액 13조원에 7개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남부 유럽지역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박람회입니다. 이번 행사의 벤치마킹 모델이기도 합니다.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플러그앤플레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 전문기관입니다. 페이팔, 드롭박스, 랜딩클럽 등 다수의 유니콘 기업에 초기 투자해 16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했습니다. 전 세계 지사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통해 세계 수준의 스타트업 풀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울러 유럽혁신위원회(EIC), 라프렌치테크(프랑스), 제트로(일본), 테크스타즈(미국) 등 스타트업 생태계 기관까지 참여해 미주·유럽·아시아를 잇는 협력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경기 스타트업 서밋 행사장에서 한 여성 방문객이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 South Summit·Plug and Play 협업…VC 등 유연한 투자 연계는 과제

 

이틀간 행사장의 5개 무대에선 AI, 딥테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글로벌 협력 등을 주제로 50여개 세션이 열렸습니다. 100여 명의 국내외 연사가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8곳 대기업이 참여한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과 상금 1억1500만원의 G-스타 오디션 결선, 글로벌 IR 챌린지 등에선 120여 팀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경과원 관계자는 “전용 부스 20곳과 네트워킹·오픈이노베이션 존을 마련해 자유로운 만남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혁신 스타트업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하려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일 개막식에는 김동연 지사와 함께 임문영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 김현곤 경과원장, 훌리오 에라이스 에스파냐 주한스페인 대사, 나초 마테오 사우스서밋 대표, 소반 카니 플러그앤플레이 부사장 등 국내외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경기 스타트업 서밋 행사장에서 남녀 관람객들이 강연에 귀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 리더인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와 메가존클라우드의 이주완 의장은 창업부터 유니콘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경험과 글로벌 비전을 공유했습니다.

 

김 지사는 이렇게 축사합니다.

 

“경기 스타트업 서밋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드는 길에 경기도가 앞장서겠다. 8년 전 (제가) 경제부총리에 취임하면서 ‘제2 벤처 붐’으로 혁신 성장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감회가 새롭다. 지난 정부는 3년간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엔진을 꺼뜨렸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왔던 벤처투자 금액은 31%나 감소했고, 창업 벤처 열풍 또한 크게 위축됐다. 그 기간에도 경기도는 다르게 했다. ‘3차 벤처 붐’을 경기도에서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 스타트업 천국 경기도, 이것은 지사에 취임하기 전 선거 캠페인 때부터 내세웠던 슬로건이다.”

 

김 지사는 6월 출범한 국민주권정부도 소환합니다. 

 

경기 스타트업 서밋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제공

“새로 출범한 국민주권정부에서도 국정과제에 글로벌벤처 4대 강국 도약을 포함했다. 벤처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일이야말로 대한민국 경제의 진짜 성장을 이끄는 핵심 전략이다. 판교의 성공 사례를 확산시켜 누구나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와 환경을 만들어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를 공고하게 하겠다.”

 

정부와 경기도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제3 벤처 붐에 조만간 가속페달이 놓일 것으로 보입니다. 실패 경험을 자양분으로 삼는 안전망 역시 갖춰질 예정입니다.

 

정부의 ‘테스트베드’를 자처하는 경기도. AI·기후테크·모빌리티 등에서 야심 찬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제 역시 뚜렷합니다. 기울인 노력에 비해 아직 가시적 성과가 부족한 스타트업 서밋은 좀 더 뜸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VC와 긴밀한 호흡이 요구됩니다. 기술 검증(POC)·대기업 협업·투자 연계·해외 진출로 이어지는 후속 프로그램 완성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래도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진일보한 행보와 노력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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