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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전신마비 판정…갑자기 방송서 사라진 비운의 톱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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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8 06:00:00 수정 : 2025-10-08 06:09:40
김수진 기자 s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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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근황올림픽’

1999년 실용음악 학원에서 만난 김혁건과 이시하는 ‘더 크로스’라는 이름의 그룹을 결성하고 인디밴드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01년 M.net에서 개최한 뮤직 페스티벌 록 솔로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2003년 프로로 정식 데뷔했다. 1집 ‘Melody Quus’의 타이틀곡 ‘Don't Cry’는 보컬 김혁건의 고음을 최대로 끌어올린 노래로, 남자들 사이에서 임재범의 ‘고해’ 만큼 우상시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당신을 위하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연이어 히트를 치며 마니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대학교 축제 행사 섭외 순위 상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불법 다운로드 1위를 하는 등 어둠의 경로를 통한 인기는 최고였다. 당시에는 P2P 사이트와 불법 다운로드가 판치던 시대였는지라, 지금으로 치면 음원 순위 1위에 버금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소속사와의 마찰과 음악적인 견해의 충돌로 김혁건이 탈퇴를 선언하며 솔로로 전향했다. 이후 이시하는 새로운 보컬 김경현과 합을 맞춰 ‘더 크로스’의 명맥을 이어갔고, 그렇게 원년 멤버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걸었다.

‘더 크로스’ 김혁건, 이시하 (GF엔터테인먼트)

그러던 2009년 김경현이 계약만료로 ‘더 크로스’를 나간 데다, 김혁건과 이시하가 오해를 풀면서 다시 ‘더 크로스’로 재결합하며 컴백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12년 3월 26일, 앨범 녹음을 마치고 귀가하던 김혁건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신호 위반으로 좌회전하던 차량이 직진하던 김혁건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김혁건은 경추가 탈구됐고 목뼈가 부러져 신경이 절단됐다.

 

이후 그는 어깨 아래로 아예 움직일 수 없게 됐으며 결국 경추 손상으로 의한 전신마비 판정을 받았다.

MBN ‘특종세상’

당시 의사들로부터 회생이 불가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그는 살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다. 열심히 재활 치료를 받으며 다시 가수로 복귀하기 위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이겨낸 그는 얼마 못 갈 거란 의사들의 말을 딛고 기적처럼 일어섰다. 비록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가야 하지만 여전히 노래하는 음악인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엔 피나는 공력과 주변의 도움이 있었다. 그는 지난 2024년 10월 21일, 부활 김태원의 유튜브 채널 ‘김태원클라쓰’에 출연해 그간의 상황을 전하며 속내를 털어놨다.

김태원 유튜브 채널 ‘김태원클라쓰’

휠체어를 타고 등장한 김혁건은 “지금 나아지고 있는 거냐”라며 김태원의 질문에, “손상된 척추는 회복되지 않아서 기능이 좋아지는 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몸이 마비된 채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계속 합병증이 생기고 있다. 방광, 폐, 근육 기능 등 모든 게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현재의 상태를 알렸다.

 

그러면서 “몸이 힘이 없으니 고음도 올라가지 않았다.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못할 거란 생각에 죽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김혁건은 현재 복식호흡 보조 장치를 통해 노래를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제가 다니는 교회의 집사님이 서울대 로봇융합연구센터 센터장 방영봉 교수님이시다. 이분이 제 상황을 들으시곤, 노래하는 데 도움을 주는 로봇 장치를 만들어 주셨다. 수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장치인데 10원 한 장 받지 않으셨다. 본인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원치 않으시고 계속 지원해 주고 계신다”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CTS 유튜브 채널 ‘내가 매일 기쁘게’

현재 김혁건은 소변 배출을 위해 배에 튜브 장치를 달고 있다. 그는 노래하기 위해 기계를 사용할 때마다 이 부분에 충격이 생겨 출혈이 발생하지만, “노래할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라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2024년 2월 CTS 유튜브 채널 ‘내가 매일 기쁘게’에 출연해서도 “햇살을 받을 수 있음에 행복하다. 죽고 싶은 시간이었지만 견디고 견뎌내니까 기쁜 시간도 찾아온 것 같다. 힘든 시간을 겪고 계신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저도 견뎌 냈으니까 조금만 더 견뎌내시길 바란다”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네티즌들은 “왜 안 보이나 했는데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네요. 힘내세요”, “저도 비슷한 시련을 겪고 있는데 많은 위안이 됐습니다”, “이겨내니까 결국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되셨네요. 앞으로 자주 뵐 수 있기를” 등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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