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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호박 씹고 겨드랑이 노출까지…“공무원이라 행복해요” [한끗차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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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0-04 20:00:00 수정 : 2025-10-06 15:21:18
양주=글·사진 윤성연·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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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시 정겨운·채지석 주무관 인터뷰
5000원으로 100만뷰…최초 팬사인회까지
“당연 힘들지만…시민들 응원 덕에 춤연습”
“함께해 시너지↑…‘작품성’이 우리의 한끗”
‘한끗차人’은 화제의 인물을 만나는 인터뷰 연재입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별의별 분야의 별의별 사람들을 조명하며 그가 왜 주목받는지 만나러 갑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특별함을 만드는 건 언제나 ‘한 끗 차이’. 그 차이를 솔직한 대화로 털어드립니다. <편집자주>

 

지난 2일 경기 양주시청 앞에서 채지석(왼쪽)·정겨운 주무관이 가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씨 오브 러브(Sea Of Love)’ 춤을 선보이고 있다.

“충주맨을 대적할 진짜가 나타났다” “처음으로 공무원 ‘덕질’ 해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홍보 전성시대다.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 뒤를 이어 직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에 출연하는 공무원들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이중 ‘최고의 후발주자’로 평받는 지자체가 있다. 몸에 쫙 달라붙는 하얀색 민소매를 입고 겨드랑이 노출도 마다하지 않는 파격적인 모습은 단숨에 유튜브 쇼츠 조회수 120만회를 넘어섰다. “매일 한 번씩 찾아와 본다”는 댓글도 넘쳐난다. 최근 공무원 최초 오프라인 팬 사인회까지 열었다. 경기 양주시 홍보의 중심에 있는 홍보정책담당관 정겨운 주무관(32)과 채지석 주무관(30)을 지난 2일 양주시청에서 만나봤다.

지난 2일 경기 양주시청 앞에서 채지석(왼쪽)·정겨운 주무관이 가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씨 오브 러브(Sea Of Love)’ 춤을 선보이고 있다.

 

- ‘진 주무관’과 ‘채 주사’, 정체가 뭔가. 공무원이 이렇게 인기가 많아도 되나.  

 

“(정 주무관) ‘진 주무관’은 성이 진씨인 주무관이 아니라 진주 액세서리를 달고 나와 생긴 일종의 활동명이다. 지난 8월 채 주무관의 제안으로 처음 영상에 등장했는데 많은 시민들이 좋아해주셔서 고정 출연 중이다. 최근 팬사인회까지 했다. 원래는 홍보정책팀 소속으로 시의 전반적인 홍보 정책 업무를 담당한다. 사실상 기획·제작은 다 채 주무관이 맡고 있다. ‘그냥 하면 되겠지’ 했는데 이렇게 일이 커질 줄 몰랐다.”

 

“(채 주무관) 지난해 12월 미디어팀에 첫 임용된 이후 양주시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까란 고민이 있었다. 젊은 홍보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직접 출연해 패러디 영상을 만들다가 눈여겨봤던 정 주무관을 캐스팅해 제작하기 시작했다.”

양주시 홍보 영상. 양주시 인스타그램 캡처

 

- 최근 화제가 된 ‘피식대학’을 패러디한 영상의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채 주무관) 휴대폰 중독자다. 퇴근이 없다. 모든 릴스와 쇼츠를 챙겨보려 한다. 유튜버 피식대학에서 올린 가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Sea of Love’ 패러디를 봤는데 양주 천일홍축제와 연관시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안 그래 보이지만 가장 비싼 콘텐츠다. 보통 제 개인용품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 영상엔 민소매 2만원과 진주목걸이 5000원의 지출이 있었다. 평소 다이소를 애용해 편당 지출은 5000원 이하다.”

 

“(정 주무관) 공무원들 패러디가 이어지니까 피식대학이 ‘공무원분들이 못 따라 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영상에 양주시가 언급된다. ‘샤라웃’ 받은 것 같아 너무 좋았다. 춤이 어려워 따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는데 비등비등한 실력이라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댄스 배틀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일 경기 양주시청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 중인 채지석(오른쪽)·정겨운 주무관.

 

- ‘막내들의 반란’이다. 윗선의 압박 등 힘든 점은 없는지. 

 

“(채 주무관) 우리가 각 팀의 막내들이다. 막내들이 뭉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다 좋게 봐주신다. 선거법 위반 등 정말 조심해야 할 부분들만 넌지시 말씀 주신다. 강수현 양주시장님도 적극 지지해주셔서 맘껏 뛰어노는 중이다.”

 

“(정 주무관) 상사의 압박이나 간섭은 없다. 다만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보이니까 스트레스를 받기는 한다. 처음 출연했을 때 제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걸 보는 게 좀 힘들었다. 애호박을 생으로 먹어야 할 때도 어려움이 있었다.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 10년 만에 연락이 오기도 했다. 부끄러움이 컸지만 시민들이 좋은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고 응원을 주셔서 그 덕에 꿋꿋하게 춤 연습을 하고 있다. 이젠 ‘내가 재능이 있나?’라는 생각으로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경기 양주시청 미디어 제작소 내 소품 공간. 정겨운 주무관 등신대가 한편에 놓여 있다. 다소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몇백만 조회수의 영상이 탄생하고 있다.

 

- 단지 ‘밈’ 소비로 끝나는 건 아닌지. 실제 홍보 효과가 있나.

 

“(정 주무관) 양주시 SNS가 2014년에 개설됐는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모두 올해 2배 가까이 구독자가 늘었다. 10년 만의 성과다. 지난 주말 열린 천일홍 축제 역시 전년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셨다. 지난해 관람객이 14만명 정도 였는데 올해는 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많은 분들이 패러디 영상 보고 와주셨다고 응원을 건넸다.”

 

“(채 주무관) 단순 밈 소비로 끝난다고 해도 괜찮다. ‘양주시’ 자체에 대한 인지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진 주무관 팬 사인회를 열었는데 군산에서 찾아오신 남성분도 계셨다. 그분이 저희 쇼츠를 보고 양주라는 곳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개별 행사 등 디테일한 홍보를 더 알리는 건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지난 2일 경기 양주시청에서 정겨운 주무관이 새롭게 만든 ‘PJ(Pearl Jumukwan, 진 주무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공무원들이 홍보에 강제로 차출당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채 주무관) 자발성과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게 영상에도 드러난다. 억지로 시켜서 하는 순간 홍보의 본질을 잃는다고 생각한다.”

 

“(정 주무관) 물론 직접 노출되고 나서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직접 출연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설명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SNS를 적극 활용하는 시대인 만큼 시각을 달리 해보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

지난 2일 경기 양주시청 앞에서 채지석(왼쪽)·정겨운 주무관이 시민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양주시만의 ‘한 끗 차이’는 뭔가.

 

“(정 주무관) 다른 지자체에서 우리를 보고 벽을 느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대부분 제작에서 출연까지 혼자 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함께 해서 나오는 시너지라고 생각한다. 채 주무관과 또래라 친구처럼 같이 일할 수 있어서 즐겁다. 디렉팅을 받는 게 자칫하면 부담스럽거나 지시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채 주무관) 우리 영상엔 ‘미(美)’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작품’이라고 부른다. 다른 지자체는 좀 더 날것의 느낌이 강하다면 우리는 그 감성에 영상미도 담겨있다. 충주맨과도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1분짜리 영상을 만들기 위해 며칠을 소요할 만큼 노력도 엄청 한다. 앞으로 YJ(YangJu)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서 다양한 양주시 스타를 발굴해 양주시의 여러 면모를 알리고 싶다는 계획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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