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여당 지지율 동반하락 원인으로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된 정청래 대표·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 책임론을 경청해야 한다. 친명(친이재명)계 핵심이자 합리적 성향의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어제 “대통령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지지율이 떨어지는지, 집권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다시 한 번 성찰하고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와 조희대(대법원장) 청문회를 진행했던 법사위원장 등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정 대표와 추 위원장을 ‘거친 사람들’로 지목하면서 “당이 대통령 지지율을 받쳐줘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 당이 까먹고 있다”고 쓴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실도 좀 한숨을 쉬는 것 같더라”고 대통령실 우려를 전했다. 우상호 대통령 정무수석이 최근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서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현재 조용히 늪에 빠져들어 가는 정부·여당의 위기 상황을 보여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금주 초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하락한 52.0%, 민주당 지지율은 4주 연속 떨어진 43.3%다. 김 의원의 ‘강렬한 지지층 의견에 따르는 지도부’, ‘소모적인 법사위’라는 표현이나, 유 전 사무총장의 ‘강성 지지자 눈치만 보고 끌려가는 지도부’라는 발언은 이런 위기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정 대표 중심의 여당 독주, 추 위원장 체제 법사위에서의 여당 전횡은 이미 일반 국민이 보기에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계엄에 반대하는 건전한 상식의 국민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한다. 정 대표는 민생·협치는 아랑곳하지 않는 위험한 폭주를 언제 멈출 것인가. 추 위원장은 근거도 미약한 제보만을 가지고 사법부 수장 청문회를 하겠다는 식의 오만한 질주를 언제 그만둘 것인가.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정부의 중간평가이자, 2028년 총선의 전초전 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서울시장 선거 등 중도층 표심이 결과를 좌우하는 승부처에서 민심 역풍이 불 수 있다. 여권이 공들이고 있는 부산·울산·경남(PK)의 민심 이반 기류도 심상치 않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것이 대한민국 민초의 마음이다. 여권은 충심 어린 고언을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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