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변화는 카카오톡 역사상 없었다. 사용자 목소리에 주목하며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3일 경기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출시 15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 카카오톡(카톡)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카톡은 낯설 정도로 바뀌었다. 며칠 후 카톡 첫 화면에 자주 가는 식당 홍보물이 큼지막하게 올라왔다. 가게 사장은 카톡 ‘친구탭’이 ‘피드형(소식형)’으로 바뀌고 친구 근황이 화면 절반 크기로 올라오자 홍보 기회로 보고 프로필을 바꿨다고 한다. 알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일상이 카톡 화면을 가득 채우자 피로감이 몰려 왔다. 이런 비슷한 경험을 한 카톡 이용자가 많았나 보다. 카카오를 향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친구탭과 ‘쇼트폼(짧은 영상)’이 집중 도마에 오르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역대 최악의 개편이란 혹평이 빗발쳤다. ‘국민 메신저’란 애칭이 무색할 만큼 ‘쉰스타(쉰내 나는 인스타그램)’, ‘감다죽(감 다 죽었다)’ 등 조롱 세례를 받았다. 카카오가 이용자 목소리에 주목해 변화를 준비했는지 의문이다. 수익성 확대에 골몰하다 이용자 편의성을 간과한 게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인다.
카톡이 국민 메신저가 된 데는 ‘간편함’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간단한 사용자 환경(UI)을 기반으로 편리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메신저로 소통하고 금융과 쇼핑, 모빌리티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친구탭과 쇼트폼 개편 방향은 카톡의 고유성을 살리기보단 인스타그램 등 세계적인 SNS 성공 사례를 따라 한 데 그쳤다.
카카오가 개편안 공개 시 “업데이트 초기 불편함은 불가피하다”며 5000만 이용자에게 ‘곧 적응되면 괜찮아질 것’이란 식으로 넘어간 것도 화를 키웠다. 카카오 내부에선 서비스 개발과정에서 해당 개편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일부 경영진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잡음까지 나온다.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의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론 악화에 백기를 든 카카오는 “카톡 최신 버전에 대한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친구 탭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히는 등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후유증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혁신 대신 남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하다 고유성마저 잃어버렸단 지적도 뼈아프다. 이용자들은 국민 메신저에 걸맞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만의 혁신 없이 글로벌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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