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채택 요구를 받던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제1부속실장으로 이동한 인사는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 대통령실은 그제 기존 강유정 대변인이 있음에도 김남준 제1부속실장의 대변인 기용과 그 후임에 김 비서관 인선을 골자로 하는 인사를 발표했다. 이명박정부 때도 청와대 대변인을 박선규·김은혜 2인이 한 바 있어 공동 대변인 체제 자체를 시빗거리로 삼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김 신임 부속실장 인사가 국감 출석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사, 예산, 조직, 시설 등 대통령실 내부 행정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은 1993년 이래 국감에 나가지 않은 사례가 없다. 그에 비해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일정 수행을 이유로 불참이 관례였다. 1998년 성남시민모임 창립 때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30년 가까이 보좌한 그림자 실세로 꼽히는 김 부속실장은 ‘모든 것은 김현지로 통한다’는 뜻의 ‘만사현통’으로 불린다. 국감을 앞두고 부랴부랴 이뤄진 이번 인사에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이번 인사를 ‘국감을 피하기 위한 기상천외하고 창의적 인사’로 규정하고, 김 부속실장에 대해선 ‘정권 1인자’, ‘존엄’, ‘V0(대통령인 V1보다 상급 의미)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그러면서 “그 정도로 숨겨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 불러야겠다”(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고 전의를 불태웠다. 일반 국민의 관심도 커지면서 정치적 논란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것이 뻔하다.
정치권은 여야가 바뀔 때마다 대통령 경호처장,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과 관련해 내로남불식 공방을 번갈아 벌여왔다. 그럴 때마다 정권의 오만함이 부각돼 국정운영에도 부담을 줬다. 경호처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태 반성에서 처장의 국회 출석을 스스로 약속했고, 오랜만에 민정수석도 국감에 나오는 마당이다. 김 부속실장 문제는 이재명정부에서도 성역이 있다는 부정적 인상을 주고 있음을 대통령실과 여당은 깊이 자성해야 한다.
차제에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을 감시할 특별감찰관은 언제 임명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7월 초 임명절차를 밟겠다고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혹시라도 ‘여야 합의’라는 미명 뒤에 숨어 9년째 공석인 특별감찰관 임명을 방기하고, 허송세월로 보낸다면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다. ‘국민주권’의 진전을 위해서도 조속히 특별감찰관 임명절차에 착수하기 바란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