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5%는 추석 이후 복구 가능
정치권, 힘 모아 재난 상황 극복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 사고가 결국 우려했던 대로 민원 대란을 일으켰다. 화재 발생 후 첫 평일인 어제 중요 국가전산망 먹통 사태가 지속되면서 정부 부처와 행정 일선에서는 혼란이 계속됐다. 아날로그 시대의 대세였던 대면, 수기(手記), 전화, 팩스 행정의 재등장은 IT(정보기술) 강국, 디지털 강국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대한민국이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하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국가 운영의 핵심인 병무·교육·국세 전산망은 멈췄고, 주민센터·우체국·금융권 등 곳곳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포기하고 대면으로 업무를 처리하려는 민원인 발길이 이어졌다. 은행에서는 주민등록증을 통한 신분 확인의 길이 막히자 계좌 개설, 상품 가입, 대출 심사 등 상당수 창구업무가 지연됐다. 전산망 마비로 중소기업 대출보증 업무도 제동이 걸렸다고 하니 추석을 앞두고 긴급자금을 조달하려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6일 발생한 국정자원 화재 사태로 647개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 중 일부가 복구되고 있으나 대다수는 여전히 작동 불능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추석 연휴 이후까지 혼란이 계속되는 총체적 난국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체 647개 중 551개 시스템은 단계적으로 재가동해 정상 여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다 타 버린 96개 시스템(전체 15%)은 국정자원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존으로 이전해야 하므로 복구까지 최소 4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2022년 10월 카카오 화재 먹통 사태 당시 공공시스템은 유사 사고 발생 시 3시간이면 복구 가능하다고 큰소리치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나.
국가재난 상황에서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정보시스템 이중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사달이라고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 거꾸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국민을 향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음에도 “사법 파괴와 입법 독재에 몰두하는 사이에 민생에 심각한 구멍이 뚫리고 있다”(장동혁 대표)며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이나 요구하며 쟁점화하고 있다. 수습은 안중에 없고 정쟁만 반복하는 여야를 성토하고 싶은 심정의 국민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다. 정치권은 남 탓 비난을 중단하고 조속한 사태 수습과 근원적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초당적인 지혜와 힘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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