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직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들이 어제 입장문을 내고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최근 거대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성토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법안을 공포하는 즉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그뿐 아니다. 기존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새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란 기구를 만들기로 한 법안 역시 면직이 불가피한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의 헌법소원 제기로 헌재 심판대에 오를 예정이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공직 사회의 동요와 민원인들의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헌법 제89조는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전직 법무장관과 검찰총장들이 바로 이 점을 들어 “검찰도 헌법기관”이란 주장을 펴는 것은 일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있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도 곧 신설될 예정인 만큼 ‘검찰이 사라져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지난 78년간 검찰이 쌓아 온 수사 분야의 노하우를 당장 따라잡을 기관이 한 곳이라도 있나. 검찰의 빈자리는 결국 범죄 피해자 등 일반 국민의 불편만 가중시킬 것이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이 지난 윤석열정부 시절 임명된 이 방통위원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내년 8월까지 보장된 임기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존중하는 것이 옳다. 순전히 이 위원장 면직만을 목표로 2008년 출범 후 어느덧 17년이나 존속한 기관을 하루아침에 없애고 새 조직을 창설한다니, 거칠고 무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한다고 애초 방통위의 설립 목적인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괜히 국가 행정력의 낭비만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이다.
최근 국회에서 가결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내용, 환경부에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부서 및 기능을 일부 합쳐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하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이들 또한 입법 이전 단계에서 충분한 검토나 심의를 거치지 않아 ‘졸속’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추석 민심을 잡으려는 욕심에 사로잡힌 나머지 국가 백년지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