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 2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여파로 대규모 정부 전산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모바일 신분증부터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병원 진료, 화장(火葬) 예약에 이르기까지 실생활과 밀접한 시스템이 전방위적으로 멈췄다.
이날 오후 가족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 위해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을 찾은 김모(41)씨는 허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가 비행기를 타려면 가족관계 증명 서류가 필요한데 이를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김포공항 국내선 2층에 있는 무인 발급기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시설 화재로 무인 민원 발급 창구 일부 발급 서비스가 일시 중단됩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띄워져 있었다.
우체국 우편·금융 서비스 마비로 불편을 겪은 시민도 있었다.
충남 천안에 사는 주부 정모(58)씨는 "어제 오후에 우체국 택배로 아들에게 반찬을 보냈는데 배송 조회도 제대로 되지 않아 걱정된다"며 "곧 추석 연휴인데 그 전에 제대로 배송이나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모바일 신분증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일선 병원에서도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대전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박모(30)씨는 “병원을 찾을 때 모바일 신분증을 이용하는데 밤사이 벌어진 일이라 모바일 신분증이 안된다는 내용을 못 들었다”며 “병원 진료 접수가 어려워 접수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편 서비스와 우체국 예금·보험 등 금융 서비스도 되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원을 활용해 조속히 서비스를 재개하고자 노력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택배 물량이 몰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우체국 서비스가 마비 상태에 빠지며 우편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지자체 일부 민원 서비스도 먹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특별자치도는 홈페이지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 시설 화재 발생으로 인한 전북 시스템 일부 서비스 중단 안내’ 배너를 내걸었다. 정부 시스템과 연계한 일부 지자체 시스템 이용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찰 112 신고시스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112 시스템은 서버가 본청과 지방청별로 따로 구축돼 있다"며 112 치안 종합상황실과 신고 포털 모두 정상 작동 중이라고 했다.
다만 사건 접수 여부나 수사 진행 상황을 알리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카카오톡 메시지·SMS 발송은 현재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오후 8시 20분쯤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대전 유성구 화암동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모바일 신분증과 국민신문고, 정부24 등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의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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