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법 개정 후 곰 사육이 종식을 앞둔 가운데 보호 단체들이 사육 중인 곰들을 보호시설로 옮기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녹색연합,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5일, 경기도 연천군 농가에서 사육되던 곰 10마리를 전라남도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매입 계약 체결 이후 한 달여 만에 이뤄진 이송으로, 야생생물법 개정으로 곰 사육 산업이 종식을 앞둔 가운데 곰들이 실제로 철창을 벗어나 보호시설로 옮겨진 첫 사례다.
이번에 이송된 곰들은 구출 전까지 오랜 시간 좁은 뜬장에서 ‘웅담 채취용 곰’으로만 취급되며 살아왔다. 새로 살게 된 보호시설에서는 다르다. 곰들은 처음으로 흙과 풀을 밟고 햇볕이 드는 공간에 나와 살 수 있다.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은 환경부와 구례군이 함께 조성한 국내 첫 공립 생츄어리로, 총 49마리의 곰을 수용할 수 있다. 현재 단계적으로 곰들을 입식시키기 시작했다. 시설은 야외 방사장과 휴식 공간을 갖추고 있어 곰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입소한 곰들은 수의사와 사육사의 돌봄 속에 건강 회복을 지원한다.
곰 사육은 지난 1980년대 초반 법제화된바 있다. ‘웅담 채취’ 목적으로 수많은 곰들을 철창 안에서 사육했는데,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 끝에 지난 2023년 야생생물법이 개정됐다. 이로써 내년 1월 1일부로 곰 사육과 웅담 채취,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현재 약 240여 마리의 사육곰이 전국에 남아 있으며, 시민단체는 이들을 순차적으로 매입하고 보호시설로 이송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건립 중인 보호시설의 수용 규모는 전체 개체를 수용하기에 부족하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현재 시설 수용 규모는 120마리 안팎에 불과하다. 추가적인 보호공간 마련과 예산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송을 위해 농가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당위성을 강요하기보단) 웅담 판매가 사양 산업인 만큼 농가들도 사업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한정된 후원금 예산으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심을 담아 말씀 드렸고, 결국 받아주셨다. 올해가 지나면 이러한 곰 사육이 불법이 되는 만큼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모든 곰들이 보호시설에 성공적으로 도착하진 못했다. 당초 단체들이 계약한 12개체 중 2개체가 마취와 운송 과정에서 사망했다. 해당 단체들은 “열악한 사육 환경에서 제대로 된 건강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노령의 개체들에 마취와 장거리 운송은 큰 위험을 동반한다. 이러한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될 수 있었던 일”이라며 “앞으로 남은 곰들의 구조 과정에서 위험을 줄이고 안전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을 정부와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구례 사육곰 보호시설에 성공적으로 도착한 10마리 곰은 더는 도축의 위협에 내몰리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 참여 단체들은 “이번 구출은 단순히 10마리 곰의 삶을 바꾸는 것을 넘어, 남아 있는 모든 사육곰의 미래를 열어가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곰 사육 종식을 현실로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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