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개가 매력적인 배우가 있었다. 드라마와 시트콤 등 장르는 넘나드는 활약을 펼치던 그는 2006년 결혼 후 연예계를 떠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소식을 알 수 없었던 그가 약 20년 만에 직접 근황을 전해 반가움을 안겼다. 여기에 복귀 가능성을 열어 두며 기대감을 높였다.
오랜만에 반가운 근황을 전한 주인공은 배우 홍리나다. 그는 지난해 3월 24일 방송된 TV조선 ‘송승환의 초대’에서 깜짝 전화 연결로 목소리를 들려줬다.

이날 게스트 배우 채시라가 출연해 옛 작품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작진은 두 사람의 인연을 소환하며 홍리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면에는 얼굴 대신 목소리만 등장했지만, 채시라는 첫마디만 듣고 “리나다”라고 알아채며 반가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드러냈다. 연락처가 바뀌어 한동안 소식이 끊겼다는 설명에 홍리나는 “변명이 길다”며 농담을 건네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짧은 대화였지만, 오랜 공백의 문을 여는 데는 충분했다.
채시라와 홍리나는 MBC 드라마 ‘아들의 여자’(1994~1995)로 인연을 맺었다. 홍리나는 “그때 우리가 처음 만나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결혼을 안 했을 때니까 서로 남자 이상형 같은 거 말하고 그랬다. 그때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어 “채시라는 키, 외모를 봤다. 그런데 저는 키 작아도 되고 덩치가 있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래서 서로 우리는 남자 때문에 싸울 일은 없겠다고 했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네가 말한 이상형대로 태욱 씨 만난 거잖아. 딱 네가 말했던 사람이잖아”라며 채시라의 남편인 가수 출신 사업가 김태욱을 언급했다.
시청자의 관심은 자연스레 ‘공백의 시간’으로 향했다. MC 송승환이 미국 생활의 기간을 묻자, 홍리나는 “한 18~19년 정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결혼을 계기로 미국에 정착해 아이 양육에 매진해온 사실도 직접 전했다.
배우 복귀에 대해서는 “저도 연기를 안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그것도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키우다 보니까 어찌어찌하다 보니 세월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또 모른다. 제가 나중에 ‘아들의 여자’ 역할 반대로 채시라 남자 빼앗는 악역으로 할 수도 있지 않나.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라고 여지를 남겼다.

1987년 MBC 드라마 ‘푸른 교실’로 데뷔한 홍리나는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존재감을 쌓았고,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조광조’ ‘제국의 아침’ 등 사극에서는 절제된 톤과 무게감으로, ‘똑바로 살아라’ 같은 코미디·시트콤에서는 생활 연기로 폭을 넓혔다. 특히 2003년 MBC 드라마 ‘대장금’에서 최금영 역을 맡아 냉정하고 기품 있는 악역의 정수를 보여주며 대중의 기억에 선명히 남았다. ‘대장금’은 최고 57%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국내외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으로, 홍리나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왕성한 활동의 이면에는 큰 사고도 있었다. 1997년 MBC 드라마 ‘산’ 촬영 중 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 장면을 소화하다 수십 m 아래로 추락해 허리·다리 등에 중상을 입었다. 약 9~10개월간 치료와 재활을 거친 그는 1998년 MBC 대하사극 ‘대왕의 길’에서 혜경궁 홍씨로 복귀, 현장으로 돌아왔다.

홍리나의 활약은 2004년을 기점으로 멈췄다. 그는 2005년 재미 사업가와 결혼 소식을 알렸고, 2006년 미국에서 예식을 올린 뒤 현지에 정착해 가정과 육아에 전념해 왔다.
긴 공백에도 변치 않은 목소리가 반가움과 그리움을 더했다. 복귀 가능성까지 열어둔 만큼, 홍리나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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