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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교학점제 ‘땜질식 개선’으론 현장 혼란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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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25 23:00:41 수정 : 2025-09-25 23: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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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해 고1부터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를 대폭 손질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생도 적성과 진로에 따라 과목과 수업을 고르도록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는 취지로, 기준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하는 구조다. 문재인정부부터 7년여 준비 끝에 시행됐지만, 교사 업무를 지나치게 가중시키고 여전히 학생들이 성적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한다는 비판이 컸었다. 시행 6개월도 안 돼 현장에선 폐지론까지 불거지자 교육부가 어제 부랴부랴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런 우려를 지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번에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2026년 교원 정원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가르치는 과목이 대폭 늘다 보니 교사 3명 중 1명은 3과목 이상 가르치는 상황(3대 교원단체 설문조사 결과)이 초래됐고, 수업의 질 저하까지 빚어졌다. 최교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이번 정원 추가 확보분과 시·도별 상황을 반영해 전년보다 1600여명을 추가로 신규 채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간 고교학점제 운용을 위해 최소 1만명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온 교육계의 불만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늘어난 과목만큼 교사는 학생 출결 관리,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 행정업무를 더 떠안아야 한다. 더불어 과목별로 3분의 2 이상 출석·학업 성취율 40% 초과를 달성하지 못해 학점 이수에 실패한 학생을 대상으로 추가 학습·보충지도까지 담당한다. 현장에선 지나친 업무 부담에 교사가 수행평가 기본점수를 높여 학생이 손쉽게 학업 성취율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 학습·보충지도를 형식적으로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교육부는 이번에 보충지도 시수를 1학점당 5시수에서 3시수 이상으로 낮추고, 추가 학습을 100%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지만 “미봉책”이라는 게 교원단체 반응이다.

이번 개선책에는 입시 유불리에 따른 과목 쏠림 우려와 관련해선 별다른 대책이 담기지 않았다. 교사를 달래기 위한 땜질 처방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고교학점제 도입에도 내신 점수 따기에 유리한 과목으로 학생이 쏠리고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사교육 시장마저 문전성시라는데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넓혀 진로에 맞춘 실질적 교육을 제공한다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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