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男 사형 구형…前여친과 그의 남친 흉기살해
검찰 증거 제시에…“그런 적 없다” 조목조목 항변
“우린 헤어지지 않았습니다. 중간에 기절해서 왜 죽은지도 모릅니다.”
‘이천 오피스텔 커플 살인사건’의 피고인인 30대 남성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과거 사귀던 여자친구와 그의 남자친구를 살해해 교화 가능성과 인간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남성은 재판 내내 범행을 부인하는 등 반성조차 없는 모습을 보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수원지법 여주지원 형사1부(안재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모씨의 살인, 특수주거침입, 주거침입,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신상정보 공개, 전자장치 부착, 10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보호관찰 명령 등도 함께 청구했다.
신씨는 지난 5월4일 경기 이천시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여성 A씨와 그의 남자친구 B씨 등 2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해당 오피스텔에서 전 애인이었던 A씨와 동거했는데 범행 한 달 전 이별한 뒤 같은 오피스텔에 따로 방을 구했다. 이후 수시로 A씨 주거지 앞을 서성이거나 현관문에 귀를 대며 인기척을 확인했다.
범행 이틀 전엔 동거 당시 가지고 있던 카드키를 이용해 A씨 방에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 수백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수십 통의 전화를 하는 등 스토킹 행위도 지속했다. 범행 당일엔 지인과 함께 소주를 마신 뒤 흉기를 챙겨 A씨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고, 집 안에 있던 A씨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날 황토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선 신씨는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A씨 집에 들어간 건 사실이나 먼저 흉기를 휘두른 건 B씨였고, 자신은 기절해 이들이 숨진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방어 차원에서 B씨를 2~3회가량 찌른 것 같다고 했다. 또 A씨와 헤어진 적도 없는 데다 문자도 최소 10회만 보냈기 때문에 스토킹 혐의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신씨는 최후 진술에서 “방어하기 위해 한 행동이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저지른 행동과 저지르지 않은 행동을 분명하게 판단해달라”며 구치소에서 미리 종이에 써둔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그의 변호인도 “신씨는 A씨를 찌르지 않았고, B씨는 방어 차원에서 2~3회 공격한 것이 전부”라며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주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선 선처해달라”고 변론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다수의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며 “사귀던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의 주거지를 찾아가 폭행 행위를 지속하고 여자친구와 일면식도 없는 남성을 살해한 극단적인 인명 경시 범행”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신씨가 포털 사이트에서 살해 방법을 검색한 점, 미리 흉기를 구매한 점, 살해 현장 곳곳에서 피고인 유전자(DNA)가 나온 점, A씨 손톱에서 신씨 DNA가 발견된 점, A씨가 신씨에게 이별을 고한 기록이 있는 점 등을 내세웠다. 신씨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결과 ‘여자 친구 죽이고 자살’ ‘화성 오피스텔 여자친구 살인사건’ ‘강남 의대생 여자친구 살인사건’ 등을 검색한 기록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법의학적 감정에서도 혈흔 흔적 등을 볼 때 신씨가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검사는 “피고인은 범행 전 급소 부위를 조사하고 범행 도구를 검색했으며 이틀 전엔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하는 등 철저히 범행을 계획했다”며 “피해자에게서 40여곳의 상처가 확인되고 범행 현장의 참혹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는데도 사체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혹한 범행, 범행 후 정황으로 볼 때 교화 가능성과 인간성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극악무도한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해 죄책에 상응하는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지난 18일 진행된 공판에서도 신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검찰은 “신씨가 대화를 나누기 위해 A씨 집에 들어갔다고 했는데, 당시 피해자들이 나체였던 상태에서 신씨와 이야기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숨진 A씨 몸에서 신씨의 DNA가 나와 범행 당시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했다.
신씨는 검찰 측의 잇따른 증거 제시에 “스스로 죽기 위해 살해 방법을 검색했다” “화성 오피스텔이나 강남 의대생 살인사건은 연관 키워드가 떠서 눌러봤다” “흉기는 상자 테이프 뜯는 용도로 구입했다” “과거 A씨와 동거했으니 DNA가 나올 수 있다” 등 하나하나 반박했다. 정황상 불리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그런 적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이에 재판부도 “객관적인 증거에 대해 본인 생각대로 말하면 본인 진술이 이상하게 된다”며 “인정할 건 인정하라”고 꾸짖기도 했다.
신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11월13일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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