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시민 생명을 구하는 데 비번인지 아닌지는 의미가 없습니다. 시민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 소방관으로서 마땅히 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소방관이 고속도로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2차 사고가 우려되는 급박한 상황에 운전자를 무사히 구조했다.
25일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달 17일 오후 3시30분쯤 김해시 진례면 창원 방향 남해고속도로에서 A씨가 몰던 승용차가 갑자기 내린 폭우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 현장에 있었던 진주소방서 소속 박희정 소방교는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 막히지 않는 구간인데 갑자기 정체되자 박 소방교는 ‘혹시 사고가 났나’라는 생각에 주변을 유심히 살펴봤다.
설마 했던 박 소방교의 ‘촉’이 들어맞았다.
4차로 고속도로 중간에 승용차 한 대가 연기가 나는 채로 멈춰서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박 소방교의 눈에는 대피했어야 할 운전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운전자가 차량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급하게 갓길에 차를 세우고 사고차로 달려갔다.
현장을 확인해 보니 사고차에는 에어백이 모두 터져 있었고, A씨가 운전석에 갇혀 있었다.
다행히 운전자의 의식과 호흡은 있었다. 하지만 2차 사고가 우려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걸을 수 있겠냐”는 박 소방교의 물음에 A씨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박 소방교는 침착하게 탈출을 유도하며 A씨를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 위험을 알리는 삼각대를 설치하며 현장 교통을 통제했다.
경찰차와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이날 사고는 무사히 수습됐다.
박 소방교가 비번날 시민 생명을 구하기는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여러 명이 죽거나 다친 교통사고를 목격해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응급처치해 목숨을 살리기도 했다.
또 2022년에는 출장 중 화재 현장을 발견하고 초기에 불을 꺼 큰 피해를 막기도 했다.
박 소방교는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크게 받아 본인도 소방관이 됐다고 한다.
박 소방교가 7살 때 아버지와 놀러 가던 중 불이 나는 현장을 보고는 아버지와 함께 소화기를 들고 불을 끈 적이 있다고 했다.
박 소방교는 “불을 끄고 나온 그때 아버지의 모습은 말 그대로 숯검댕이 같았는데, 어린 저에게는 그 모습이 영웅과 같았다”며 “그런 아버지를 보고 저도 꼭 소방관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소방교는 고등학생 때 동네 주민을 구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가 집에 가던 중 아파트 4층 창문 밖에 매달려 있는 남성의 팔을 붙잡고 있는 여성이 “구해 달라”고 소리치는 걸 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박 소방교는 베란다를 타고 3층까지 올라가 자신의 몸을 미끄럼틀 삼아 이 남성을 무사히 구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박 소방교는 “아버지가 저를 대견하셔서 정말 뿌듯하다”면서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동원 경남소방본부장은 “비번 중에도 도민의 생명을 지킨 박 소방교의 행동은 소방관의 본분과 사명을 보여준 사례”라며 “경남소방은 앞으로 도민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