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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 ‘손칼’ 첫 공개…국립익산박물 ‘탑이 품은 칼’ 특별전

입력 : 2025-09-23 17:42:12 수정 : 2025-09-23 17:42:11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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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여년 전 백제의 숨결을 품은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손칼’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익산박물관은 24일부터 내년 2월 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탑이 품은 칼, 미륵사에 깃든 바람’을 열어 손칼을 비롯한 관련 유물 105점을 선보인다고 23일 밝혔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과정에서 사리장엄과 함께 발굴된 손칼을 수습하고 있다.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손칼’은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과정에서 발견됐다. 석탑의 십(十)자형 심주석을 들어 올리자 사리장엄구와 함께 은제관식, 유리구슬, 그리고 8점으로 추정되는 손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존재는 알려졌지만, 실물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칼은 글씨를 새기거나 지우는 도구이자 권위를 상징하는 귀한 공예품으로 평가된다.

 

손칼은 1400여년이 지나면서 덮여 있던 직물과 함께 부식됐지만, 철제로 만들어진 칼과 목재·가죽으로 된 칼집의 손잡이와 칼집 양쪽 끝부분은 금제(金製)로 투겁을 씌워 마감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손칼 한 점은 손잡이인 환두(環頭)에 식물무늬를 투조(透彫)해 화려하게 장엄(莊嚴)했고, 자루와 칼집 양식은 타출 점열문 등으로 장식됐다. 환두에 금동사를 이용해 구름무늬(雲文)를 넣은 것도 있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과정에서 발견된 사리장엄.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박물관이 3D X선 현미경 조사 결과, 칼 손잡이가 물소뿔과 외래 수종으로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나무 칼집에는 금박과 바다거북 등껍질(대모)이 덧대어져 백제의 뛰어난 금속·목공예 수준을 엿보게 한다. 일본 쇼소인(正倉院) 보관품보다 약 100년 앞선 제작 시기로 추정돼 당시 국제 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단서로도 주목된다.

 

전시에서는 미륵사지 손칼의 제작 기법과 불교 경전에 나타난 손칼의 의미, 부여 왕흥사지·경주 황룡사지 출토 유물 등을 함께 소개해 백제 금속공예와 의례 문화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 해체·보수 과정에서 발견된 손칼(왼쪽)과 재현품. 국립익산박물관 제공

김울림 국립익산박물관장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 등재 10주년에 맞춰 미륵사지 석탑의 비밀을 풀어낸 이번 전시는 백제의 공예와 국제 교류를 보여주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륵사지는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 때 건립된 사찰로 조선시대인 16세기까지 운영된 것으로 알려진다. 미륵사지의 발굴은 1980년부터 1994년까지 15년 동안 공식 이뤄졌고, 지금도 연차적으로 보완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기와를 비롯한 벽체편과 도용, 다양한 토기·자기, 각종 칠기, 목제품, 금속품, 유리·옥제품 등 2만여 점이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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