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 방향성 보여줘… 당국 “업무 포괄”
조직 개편으로 출범을 앞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약칭이 ‘기후부’가 될 전망이다. 기후가 부처 ‘간판’이 되면서 환경∙에너지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기후에너지환경부 공식 약칭을 기후부로 하겠다고 제출했다. 영어 명칭은 ‘Ministry of Climate, Energy and Environment(MCEE)’다.
정부조직 약칭과 영어 명칭은 ‘정부조직 약칭과 영어 명칭에 관한 규칙’에 맞춰 행안부가 관리한다. 과거 과기정통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식품부(농림축산식품부)처럼 예외는 있지만,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부처 약칭은 3음절로 짓는 게 원칙이다. 세 글자를 넘겨도 ‘기후환경부’ 등 부처를 아우르는 약칭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환경부는 기후 분야를 새 부처 간판으로 삼기로 했다.
약칭은 부처 방향성을 예상하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앞서 고용노동부는 약칭을 두고 여러 차례 논란을 겪었다. 1981년 노동청에서 부로 승격한 노동부는 이명박정부 때인 2010년 고용노동부로 개편 후 약칭을 고용부로 정했는데, 당시 정부가 고용정책 강화에 무게를 뒀다고 해석됐다. 반대로 이재명정부에선 약칭을 노동부로 바꿨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노동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노동자를 광범위하게 보호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를 강조한 만큼 에너지∙환경정책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종전 에너지 주무부처였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에너지 파트가 환경을 잘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에너지부’로 약칭하고 싶다”고 말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환경부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기보다는 부처 업무를 포괄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어느 한쪽이라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명칭을 정하려 했다. 기후에너지부라고 해도 환경 분야가 아쉬운 일이고, 기후환경부라고 하면 에너지가 아쉬운 일”이라며 “부처가 출범하는 취지나 시대 흐름을 봤을 때 기후부가 가장 적합하다고여러 분들이 생각하셔서 정하신 것 같다. 각자 관점이 있으니 정답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주무 부처가 없었던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기후위기 주무 부처라는 점도 쉽게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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