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1000억원의 자금으로 주가를 조작, 40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챙긴 대형 작전세력을 적발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어제 지난해 초부터 1년9개월간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해 온 작전세력 7명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관련 계좌 지급정지 조치와 함께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도 부과한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패가망신”을 언급한 뒤 출범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의 1호 사건이다.
이번 주가조작에는 종합병원과 대형학원을 운영하는 재력가들과 유명 사모펀드 전직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이 대거 연루됐다. 이들은 서로 짜고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대상으로 주식을 비싼 값에 사주는 가장·통정매매를 내는 수법으로 주가를 2배가량 띄웠다. 당국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계좌로 분산매매를 하거나 주문 IP(인터넷 주소)를 조작했다. 이들이 챙긴 시세차익이 230억원이며 현재 보유 중인 주식 규모도 1000억원에 달한다.
주식시장 불법·교란행위는 우리 증시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주가조작은 웬만해선 잡히지 않고 처벌 수위도 낮아 ‘감옥 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불공정거래행위로 법원에 기소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는 사례는 드물다. 2022년부터 올해 1월까지 미공개정보이용 범죄 1심 판결 18개를 들여다보니 피고인 48명 중 23명이 벌금형(48%)이었다. 19명은 집행유예였고 실형 선고는 단 1명뿐이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탓에 재범률도 30% 안팎에 이른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주가조작·내부자거래에 대해 신체·재산형으로 강력처벌하고 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깨고 기업과 투자자를 멍들게 하는 중대범죄다. 정부와 사법당국은 사건 전모를 낱낱이 밝혀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단 한 번이라도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하고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금융당국이 올해 4월 불법의심계좌 지급정지, 최대 2배 과징금 부과 등 제재수단을 도입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주가조작을 하다 걸리면 비명이 나올 정도로 가혹한 처벌을 해야 한다. 형량을 더 높이고 취업제한 명령 기간(현재 5년 이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금융범죄가 날로 교묘해지고 수법도 고도화되는 만큼 이에 상응하는 감시체제와 대응 역량도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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