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에서 초코파이 등 1050원 상당의 간식을 먹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이른바 ‘초코파이 절도 사건’을 두고 검찰이 국민 의견을 직접 청취하는 검찰시민위원회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위는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의 수사·기소 적정성을 심의하는 제도로, 결정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검찰은 통상 권고를 무겁게 반영한다.
신대경 전주지검장은 23일 “검찰시민위원회 개최 여부를 포함해 모든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공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시민위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폐해를 견제하고 관련 사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0년 도입된 제도다. 주로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해 수사 또는 공소제기, 영장 청구 등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검찰이 시민위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대표적 사례는 2020년 7월 일어난 ‘반반 족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편의점 종업원이 폐기 시간을 착각해 매장에서 파는 5900원짜리 족발을 먹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재판을 일컫는다. 당시 시민위가 항소 포기를 권고했고, 검찰이 이를 수용했다.
검찰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결심 공판에서의 구형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시민위가 선처를 권고할 경우 검찰이 극히 이례적으로 선고유예를 구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 기간이 지나면 처벌을 면해주는 제도다. 과거 2008년 대기업 회장 사건에서 벌금형에 대해 선고유예가 구형된 사례가 있을 뿐 극히 드물다.
사건 피고인 A(41)씨는 지난해 1월 새벽 근무 중 회사 냉장고에서 초코파이(400원)와 커스터드(600원)를 허락 없이 꺼내 먹은 혐의(절도)로 약식기소 됐으나,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에서 벌금 5만원이 선고되자 항소했으며, 유죄가 확정될 경우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이 사건은 십 수년 전 전북 지역 한 운송회사에서 잇달아 벌어진 버스비 800원, 2400원 횡령 사건과 비교되며 사회적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2010년 9월 남원에서 전주로 가는 버스를 운행한 기사 김모씨는 승객들로부터 차비 6400원을 받은 뒤 6000원을, 또 같은 달 28일에도 전남 곡성, 전북 남원을 거쳐 전주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며 받은 요금 6400원 중 6000원만 회사에 납부했다. 나머지 800원은 자판기 커피를 뽑아먹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측은 이를 문제 삼아 김씨를 해고했고, 결국 법정으로 비화됐다. 김씨는 “현금 800원을 덜 낸 것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항변했고, 그가 속한 노조 측 또한 “당시엔 승객이 현금을 내면 버스 기사 개인 돈으로 거스름돈을 주기도 해 잔돈을 회사에 납부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그런 관행이 없었고, 소액 횡령도 노사 신뢰를 깨트리는 중대한 행위”라고 맞섰다. 서울행정법원은 “정당한 해고”라며 결국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회사에서 버스 운전대를 잡던 이모씨 또한 2014년 1월 승객 4명에게서 받은 버스 요금 중 2400원을 회사에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됐고,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2심 법원은 부당성을 인정한 원심을 뒤집고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두 버스 기사가 속한 노조는 이런 해고의 배경과 목적이 결국 노조 탄압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회사 노조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기자, 사측이 버스 내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을 뒤져 거스름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영상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시 잔돈을 회사에 미납한 버스 기사가 더 있었지만, 회사노조원인 이들에게는 1개월 감봉이나 정직 등 가벼운 처분만 내린 것이 반증이라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초코파이 사건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A씨는 완주에 있는 한 자동차 관련 물류회사에서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서 15년여 동안 근무해 왔으며, 몇 년 전부터 노조 활동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속한 노조는 성과급 차별 중단과 사내 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하며 회사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회사 사무실 내 냉장고에서 초코파이 등을 임의로 꺼내 먹은 이들은 A씨 외에도 많았다는 사실을 CCTV를 통해 확인했다는 점도 흡사하다. 이들 중 2명은 A씨측 증인으로 다음 재판에 출석해 당시 상황을 진술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노동자에게만 엄격하고 과도한 법의 잣대를 적용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고위 법관이 과거 거액 횡령이나 뇌물 사건에 관대했던 사례와 비교해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이 시민위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초코파이 절도 사건은 선고유예 구형 등 파격적 결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A씨에 대한 항소심 속행은 다음 달 30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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