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동 부인 닷새 만 대법행사 참석
“세종, 백성 권리 보장 위해 노력”
당정 사법개혁 논의에 우회 비판
與, 추석 전 개혁 완수 한발 물러서
“내란전담재판부 공감 얻어 처리
사법 개혁, 11월 중 처리 될 것”
曺 향해 “尹석방 수장이 할말 아냐”
경찰, 서영교 등 고발건 수사 착수
이른바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에 대해 정면 반박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공식 석상에 나왔지만 의혹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고 공정한 재판만 강조했다. 여권에서도 설익은 의혹 제기로 인한 역풍 가능성을 경계하며, 사법부 공세 모드에서 한발 물러나 여론 추이를 살피려는 모습이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에서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수단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을 향상시키고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규범적 토대로 삼으셨다”며 “백성을 중심에 둔 세종대왕의 사법 철학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법의 가치와도 깊이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세종대왕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백성들에게 법조문을 널리 알려 법을 알지 못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백성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형사사건 처리절차를 분명하게 기록하게 하고, 사건 처리가 장기간 지체되지 않도록 하며, 고문과 지나친 형벌을 제한해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처리와 관련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퇴 요구에 휩싸였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17일 입장문을 통해 “한 전 국무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의 반박 이후 해당 의혹의 신빙성 논란까지 확산되자 민주당은 “특검 수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 관련 의혹에 대해 말을 아꼈다. 민주당의 두 수장은 그간 당 차원에서 강조해 온 ‘조희대 사퇴론’ 역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조 대법원장이 (회동설을) 부인했으니, 진위를 가리려면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며 “아직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에 나설 단계는 아니다. 개별 의원들이 헌법기관으로서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논의와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에도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시간을 다퉈가며 하는 것보다, 많은 논의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얻어 처리할 것”이라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고, 당에서 추진하는 사법개혁에 대해서도 “11월 중 처리될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가 앞서 제시한 ‘추석 전 3대(검찰·언론·사법) 개혁 완수’ 시간표보다 한참 늦어진 일정이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도 최고위원회의 직후 “속도 조절은 사법부가 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에 공을 넘겼다. 박 수석은 이어 “민주당이 하는 이 모든 것들은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압박하고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전략을 밝혀 왔다”고 말했다. 사법부를 향한 공세가 전략적 압박이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선 “적어도 지귀연 재판장이 희대의 방법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속취소 석방한 법원의 수장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며 “정해진 행사에서 참모들이 써준 원고라고 하더라도 그런 말을 읽을 때 본인의 양심이 어떻게 요동쳤는지가 매우 궁금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의 회동 의혹을 제기한 인사들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시민단체들로부터 민주당 서영교 의원을 비롯한 이들에 대한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 고발 4건을 접수해 배당 부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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