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20∼30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친 피의자들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받게 됐다.
대전유성경찰서는 임대업자 조모(51)씨와 임모(57)씨, 공인중개사 A씨 등 다수 일당을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들은 대전 유성구 일대 다가구주택을 사들여 사회초년생 등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임대업자 조씨는 공인중개사들과 공모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대전 유성구 전민동·문지동 일대에서 세입자 140여명과 전세계약을 맺은 뒤 계약 만기에도 보증금 155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씨는 2심에서 사기 등 혐의가 인정돼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조씨와 함께 전세사기 범행을 방조하며 임대차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A씨 등 2명에게도 각각 징역 2년과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임씨 역시 2017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유성구 일대에서 다가구주택 36채를 사들여 198명의 세입자와 전세 계약 후 218억3300만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조씨와 임씨에게 피해를 본 90여명은 이들 일당이 ‘조직적으로 전세사기 범죄를 구상했다’며 지난 3일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자 측은 피의자들이 금융기관 내 임직원과 브로커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경제적 협업 관계를 형성한 뒤 부실 대출을 바탕으로 피해자를 계속 양산하는 전략적인 방식으로 범행을 구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의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것은 대전 지역 첫 사례다. 단순 사기죄로 처벌하면 범죄 수익 환수가 어렵지만, 범죄단체조직죄는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다. 법원에서 범죄단체조직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범행을 주도한 이들 외에도 나머지 공범도 같은 처벌을 받는다.
경찰이 전세 사기 피의자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한 첫 사례는 2021년~2022년에 벌어진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다수의 인원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범죄를 저지른 점에 비춰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들 일당 외에도 전세사기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는 대전 지역 일부 새마을금고와 일부 신협 임직원들을 공범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함께 고소장을 냈다.
피해자 측은 “수사기관에서 인천 ‘빌라왕’ 사건에 최초로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등 수도권에서는 전세사기 피의자들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해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대전에서는 심지어 금융·은행권까지 연루된 만큼 고소장에 적시된 이들 외에도 인지수사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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