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등 개인정보 유출 늘어나
걸음마 수준 ‘사이버보험’ 문의 늘어
낮은 보안 인식·시장 자체 한계 겹쳐
국내 시장규모 日의 1.5% 수준 불과
정부, 가입 시 세제·보조금 지원 절실
일부 보험사, 특약으로 피싱 등 보상
전세사기 구제 전문보험 속속 출시
SKT와 KT, 롯데카드 등 전 산업에 걸쳐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하면서 해킹,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등 사회적 피해가 커지는 사건·사고에 대비하는 보험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걸음마 수준인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이 더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이버보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 시장과 달리 가입 및 매출 실적이 저조하다. 사이버보험은 해킹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배상책임뿐 아니라 기업휴지로 인한 손해, 데이터 복구비용, 법률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보험이다.
국내 사이버보험시장 규모는 2023년 말 기준 약 300만달러 수준으로 한국과 손해보험시장 규모가 비슷한 일본(1억9600만달러)은 물론 시장 규모가 작은 호주(4억7600만달러)보다도 작다. 재보험사 뮤니크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 규모는 153억달러(약 22조원)로 추정되며, 2032년 320억달러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위한 제언’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보급률에 비해 사이버보험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기업의 낮은 보안 인식과 시장 자체의 한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이버사고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험 의무가입 대상 외 기업들이 가입했을 때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성 사이버보험뿐만 아니라 개인이 가입하는 가계성 사이버보험 시장도 성장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는 관련 국내연구와 상품개발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자 민간 보험에서 관련 상품들이 속속 출시됐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달 전·월세 직거래가 전세사기 사각지대에 놓인 점에 착안해 ‘직거래전월세보험’을 선보였다. 롯데손해보험은 부동산 리스크 평가 플랫폼 ‘내집스캔’과 함께 ‘전세사기법률비용보험’을 출시했다.

일명 ‘서이초 사건’으로 아동학대 관련 소송에 곤란을 겪는 교직원들의 권익보호가 도마에 오르자 하나손보는 지난 7월 ‘교직원 아동학대 형사소송 변호사 선임비용 특약’을 출시해 사건당 최대 500만원까지 법률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현재 민간 보험사들은 주로 사이버 금융사고 피해를 보장하는 특약이나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악사(AXA)손해보험은 최근 ‘AXA나를지켜주는건강보험Ⅱ’와 ‘AXA올인원종합보험’ 내 보이스피싱손해보장 특약을 통해 실제 피해액의 70%를 가입 금액 한도 내에서 보상하고 있다. 흥국화재는 업종별 재산종합보험에 보이스피싱 사고 특약을 붙여 수사기관 기소가 확인되면 실제 피해액의 70%(최대 2000만원)를 실손으로 보상한다.
카카오페이손보 ‘금융안심보험’, 삼성화재 ‘사이버사고 보상보험’, 하나손해보험 ‘사이버금융범죄보상보험’은 피싱 및 중고거래 사기 등 금융사기에 특화된 상품이다. 지인 사칭을 통한 피싱, 가짜 사이트 접속 또는 해킹 프로그램 설치 후 현금 인출이 이뤄지는 경우 등에 한도액 내에서 피해금액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소양 보험개발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사이버보험은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시장이 여전히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고, 사이버보험에 대한 정보 부족이 개인 가입을 주저하게 한다”면서 “보험회사들이 변화에 주목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개인 사이버보험 시장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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