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민생은 안중에 없고 정쟁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작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높은 조희대 대법원장·한덕수 전 국무총리 회동설에 대해 아무런 사과 없이 사법부 압박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이 의혹 제기 때 사용한 음성 파일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여당은 제대로 해명을 못 하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처음에 거론하신 분들이 해명하셔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관련 의혹을 국회에서 제기한 의원은 해당 유튜브 채널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김대업의 ‘병풍 사건’을 연상케 하는 어이없는 사태 전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붙였으나 “직무수행에 매우 부적절하다”며 조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했었다. 여당 중진 박지원 의원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한 바 있다. 민주당이 조·한 회동을 입증하지 못하면 당리당략에 눈멀어 근거도 없이 사법부 수장을 축출하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위 사법개혁론이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의 명분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
6년 만에 장외 투쟁에 나선 제1 야당도 큰 소리 낼 자격은 없다. 국민의힘은 어제 동대구역 광장에서 장동혁 대표와 최고위원, TK(대구·경북) 국회의원, 지지자들이 총출동해 헌법수호, 민생회복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여당 규탄 집회를 했다. 위헌·위법의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늪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투쟁만 일삼는 야당 행태를 보면서 건전한 상식의 국민이 얼마나 이런 외침에 공감하겠는가. 민생은 아랑곳없이 ‘보수 심장’에서 흔들리는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정파적 이벤트일 뿐이다.
여야 정쟁에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첫 협치 성과물이었던 민생경제협의체는 회의 한번 못 하고 좌초 위기다. 야당은 여당의 정부조직법 처리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고, 여당은 야당의 일방적 파기라고 주장한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어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과 민생을 철저히 분리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내란 세력에 관용 없다”는 발언은 민생은 결국 뒷전이라는 말로 들린다. 여야가 정치투쟁에 빠져 있는 동안 고통받는 것은 민초다. 정치권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내우외환의 위기를 직시해 하루라도 빨리 소모적 정쟁을 접고 민생회복과 경제도약을 위한 경쟁에 나서기 바란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