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장애가 있는 직원을 자신들의 가족인 것처럼 느끼도록 가스라이팅해 청부 살인을 저지른 사건이 공개됐다.
지난 19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4’에서는 영등포경찰서 강력6팀 박재현 경위, 안훈 경사, 과학수사대(KCSI) 윤외출 전 경무관, 김진수 경감이 출연해 수사 일지를 펼쳤다.
이날 소개된 첫 번째 사건은 옥상에 사망자가 있다는 건물 관리인의 신고로 시작됐다. 피해자는 80대 중반의 해당 건물 건물주로, 목뼈가 드러날 정도의 치명상을 입은 채 숨진 상태였다. 건물 CCTV에는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이후, 다른 사람의 흔적이 없어 의문이 커졌다.

옥상에는 또 다른 문이 있었고, 건물 후문에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혈흔이 남아 있었다. 혈흔의 흔적은 인근 모텔 입구에서 끊겼고, 모텔 직원은 CCTV 자료 제출을 거부했으며 “영상이 자동 포맷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출장을 갔다던 모텔 사장도 연락처를 묻자 바로 등장했고, 직원과 사장이 남인 척 따로 이동한 뒤, 직원이 버스를 타고 도주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체포된 직원은 피해자의 건물 관리인이 30만 원을 주고 시킨 일이라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가 자신의 장애에 대해 모욕적인 욕설을 하고, 여자친구를 성추행해 항의했지만 반복적인 인격 모독에 분노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리인도 피해자에게 같은 취급을 받았던 가운데, 청부해 칼을 사들여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변인들은 피해자가 관리인에게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하는 것은 못 봤다고 말했다.

살인교사범 최 씨(가명)는 바로 모텔 사장이었다. 그는 가족도 없이 의지할 데가 없던 직원을 가족처럼 속여 부려먹었고, 급여조차 지급하지 않았으며 수급비까지 갈취했다. 최 씨와 지낼 수 있다면 돈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던 직원은 결국 최 씨의 실체를 듣자 분노하고 자백했다.
게다가 피해자의 빌딩을 포함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보상을 땅으로 받아 민간 개발을 하는 대토 사업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 사업에 최 씨가 포함돼 있었고, 피해자가 제일 큰 지분을 갖고 있었다.
최 씨는 피해자에게 자신에게 맡기면 50억 원을 더 받아주겠다 계약을 제안했지만, 불공정 계약이었기에 피해자가 거부했고 사이가 틀어졌던 것이다.

또한 최 씨의 사실확인서에 서명해준 이들은 연락도 안 되는 외국인도 포함됐고, 모두 피해자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었으며 최 씨의 부탁으로 쓴 것이었다. 직원 여자친구도 지방에 거주 중이어서 서울에 온 적도 없었기에, 피해자의 성추행 주장도 거짓이었다.
CCTV 복구 결과, 사건 당일 골목에서 범행을 준비 중인 직원과 이를 보는 최 씨의 모습도 확인됐으며 범행 직후 모텔 내부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두 사람의 모습도 포착됐다.
특히 최 씨의 휴대기기에서 피해자의 관리사무실 앞에서 살인 시뮬레이션까지 하는 영상이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그는 쥐를 보고 놀란 피해자를 놀라게 해 주려고 사무실 위치를 알려준 것이라 황당한 주장을 했다.
강압 수사와 불법 증거 확보 등을 주장하며 뻔뻔한 모습을 보였던 최 씨는 징역 27년, 직원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