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멜초 생산 마이포 밸리 푸엔테 알토는 ‘칠레의 포이악’/만생종 카베르네 소비뇽 잘 자라는 자갈 토양/일조량 뛰어나고 일교차 커 천천히 완숙·산도 뛰어나/우수한 포도나무만 골라 가지 옮겨 심는 ‘마샬 셀렉션’으로 필록세라 이전 원형 잘 보존/7개 파셀 싱글빈야드로 만드는 ‘더 파셀’ 시리즈 첫 작품 ‘DM/01’ 탄생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품종으로 만드는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5개 와인중 3개가 몰려 있는 유명한 산지가 있습니다. 보르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지롱드강의 좌안에 있는 포이악(Pauillac)입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 (Chateau Mouton Rothschild), 샤토 라피트 로칠드(Chateau Lafite Rothschild),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가 포이악에서 생산됩니다. 나머지 2개는 샤토 마고(Chateau Margaux)와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 Brion)으로 마고와 그라브(Graves)의 페삭 레오냥(Pessac Leognan)에서 나옵니다.

칠레에도 빼어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산지가 있습니다. 센트럴 밸리의 마이포 밸리(Maipo Valle)입니다. ‘남미의 보르도’ 또는 ‘남미의 나파밸리’로 불릴 정도로 칠레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를 대표합니다. 마이포 밸리에서도 푸엔테 알토는(Puente Alto)는 ‘칠레의 포이악’이라 불리며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와인들이 생산됩니다. 샤토 무통 로칠드와 콘차 이 토로가 합작해서 만든 알마비바(Almaviva), 콘차 이 토로의 프리미엄 레이블 돈 멜초(Don Melchor), 비녜도 채드윅(Vinedo Chadwick)이 모두 푸엔테 알토에서 생산됩니다.유명 와인매체 와인 스펙테이터가 매년 ‘톱 100 와인’을 선정하는데 2024년 1위에 칠레 와인이 사상 최초로 선정됐습니다. 바로 푸엔테 알토에서 생산되는 돈 멜초(Don Melchor) 2021 빈티지입니다. 돈 멜초는 어떻게 구대륙의 난다 긴다 하는 유명 와인을 제치고 ‘왕좌’를 차지했을까요.

◆하늘이 선사한 천혜의 땅 푸엔테 알토
카베르네 소비뇽은 늦게 익는 대표적인 만생종으로 자갈 토양을 좋아합니다. 이 품종은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데 자갈은 낮에 따뜻한 온기를 머금었다가 해가 진 뒤에도 적당한 온도를 포도밭에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포이악 등 보르도 좌안에서 빼어난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들이 생산되는 것은 좌안이 주로 이런 자갈 토양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라브는 이름 자체가 자갈(Gravel)이란 뜻입니다.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30~40km 떨어진 마이포 밸리도 마이포강이 실어온 자갈이 층층이 쌓인 충적토로 보르도 좌안과 흡사한 토양입니다. 여기에 모래, 점토, 실트가 섞여 집중도 뛰어난 포도가 생산됩니다. 마이포 밸리에서도 푸엔테 알토가 최고의 산지로 꼽힙니다. 해발 고도 약 650m여서 낮에는 일조량이 뛰어나지만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면 일교차가 매우 큽니다. 동쪽 안데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산바람이 마이포 협곡을 따라 흐르며 마이포 밸리의 다른 지역보타 서늘한 기온을 만들어 줍니다. 이런 큰 일교차와 서늘한 기후는 포도가 천천히 완숙돼 폴리페놀 함량이 높고, 아로마가 풍부하며, 산도가 좋고, 탄닌도 잘 숙성된 포도를 만듭니다. 또 자갈로 이뤄진 척박한 토양에서는 포도나무가 살아남기 위해 뿌리를 깊게 내리면서 다양한 지층의 미네랄을 끌어 올려 복합미를 높여 줍니다.

◆마샬 셀렉션
돈 멜초가 와인스펙테이터 1위에 오른 이유가 있습니다. 포도나무가 ‘마살 셀렉션(massale selection)’으로 번식됐기 때문입니다. 칠레 생산자들은 필록세라 확산으로 전 유럽의 포도가 황폐화되기 이전인 1880년대 보르도에서 가져온 우수한 포도나무를 푸엔테 알토 등 마이포 밸리 심었습니다. 특히 이 포도나무에서도 품질이 뛰어난 포도를 생산하는 포도나무만 골라 절단지를 옮겨 심는 마샬 셀렉션으로 뛰어난 포도나무를 퍼뜨립니다.

클론 셀렉션(clonal selection)은 특정 우수 개체를 복제해 포도밭 전체를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하게 만들지만, 마살 셀렉션은 여러 개체에서 절단지를 채취하기 때문에 유전적 다양성이 유지됩니다. 특히 오래된 포도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건강하고 품질 좋은 나무들을 선택하기 때문에 포도밭의 캐리터·역사·떼루아를 잘 반영합니다. 또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개체들이 함께 자라기 때문에 단일 클론 포도밭보다 병해충이나 기후 변화에 더 강한 회복력도 지닙니다. 결과적으로 마샬 셀렉션은 복합미가 뛰어나고 균형 잡힌 와인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이처럼 마샬 셀렉션으로 관리한 뛰어난 포도밭에서 한 세기가 지난 뒤 탄생한 걸작이 1987년 첫 빈티지를 생산한 돈 멜초랍니다.

◆돈 멜초의 탄생
돈 멜초의 탄생과정에는‘현대 양조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에밀 뻬노(Emile Peynaud)와 보르도 그랑크뤼 클라세 1등급 5대 샤토 중 4개 샤토의 컨설턴트를 맡고 있는 자끄 부아쓰노(Jacques Boissenot)가 깊숙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콘차 이 토로를 이끄는 줄리사스티(Guilisasti)가문의 대표 돈 에두아르도 줄리사스티 태글(Don Eduardo Guilisasti Tagle)은 ‘칠레 와인은 저가 품질의 와인’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1986년 프랑스 보르도를 직접 찾아가 직접 에밀 뻬노를 만납니다. 에밀은 즉각 칠레로 날아갔고 최고의 포도밭을 찾아 나선 끝에 푸엔테 알토 빈야드에서 자라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칠레 와인의 국제적인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갖게 됩니다.

콘차 이 토로는 1873년 칠레 정치가이자 귀족인 멜초 드 콘차 이 토로(Melchor de Concha y Toro)가 마이포 밸리에 포도밭을 조성하면서 와이너리 역사가 시작됩니다. 설립자의 이름을 딴 ‘돈 멜초’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고 1987년 첫 빈티지가 생산돼 전세계에 돈 멜초를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부아쓰노는 10년 동안 파이널 블렌딩 과정의 결정자로서 돈 멜초 와인메이킹을 전담했고 1997년부터 와인 메이커 엔리케 티라도(Enrique Tirado)가 양조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돈 멜초 2021
돈 멜초는 푸엔테 알토의 떼루아가 고스란히 드러내기 위해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품종으로 사용합니다. 여기에 균형감과 복합미를 높이기 위해 카베르네 프랑을 소량 블렌딩합니다. 첫 빈티지인 1987은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들었습니다. 1994년부터 메를로가 3% 정도 섞이기 시작했고 1999년 둥글둥글한 모습을 지닌 와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카베르네 프랑도 블렌딩하고 있습니다.

돈 멜초는 와인 스펙테이터 100대 와인에 10차례나 이름을 올렸고 2021 빈티지는 20204년 96점을 받으면서 칠레 최초로 1위에 올라 ‘올해의 와인’으로 선정됐습니다. 제임스 서클링도 2012 빈티지 98점, 2020 빈티지 100점 만점을 줬고 2021과 2022에는 99점을 부여했을 정도로 여러 와인전문매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돈 멜초는 ‘칠레 파인 와인의 아버지(The Father of Fine Wines)’로 불립니다.

돈 멜초 2021은 카베르네 소비뇽 93%, 카베르네 프랑 4%, 메를로 3%입니다. 2021년은 남반구 포도 생장기인 1~4월 평균 기온이 섭씨 17.6도로 역대 평균 기온(18도)보다 낮은 서늘한 기후였고 강수량도 249.1mm로 역대 평균(335mm) 보다 적었습니다. 이런 기후 조건은 와인을 더욱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게 만들었고 푸엔테 알토 떼루아 특유의 섬세함을 극대화 했습니다. 레드베리, 블랙베리, 검은 자두의 농밀한 과일향으로 시작해 바이올렛 꽃향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흑연, 카시스, 말린 로즈마리, 화이트 페퍼, 시가박스, 초콜릿 등이 더해지는 복합미가 매력입니다. 탄닌은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워 실크 같은 질감을 입안에 선사합니다.


◆돈 멜초 싱글빈야드 ‘더 파셀’ 시리즈의 탄생
콘차 이 토로는 칠레 전체 와인 생산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칠레 와인 수출 1위 기업입니다. 콘차 이 토로는 1968년부터 푸엔테 알토의 포도밭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현재 포도밭은 127ha 규모입니다. 주로 까베르네 소비뇽을 재배하며 소량의 까베르네 프랑, 메를로, 쁘띠 베르도가 자랍니다. 돈 멜초는 아주 세심한 포도 재배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포도밭을 7개의 파셀로 나눈뒤 다시 154개의 미세 구획으로 잘게 쪼개 관리합니다. 돈 멜초가 이처럼 과하다 싶을 정도로 포도밭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파셀마다 토양이 조금씩 달라 포도의 특징도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1번 파셀은 달콤한 딸기 주스를 입에 머금은 듯한 산미와 단맛을 주고 싶을 때 사용하고 2번 파셀은 블렌딩할때 항상 마지막에 사용하는 비밀병기같은 파셀입니다. 곡물처럼 고소하면서 스파이시한 풍미, 커피와 담배 풍미 등 다른 파셀 비해 구획 작아 가장 독특한 풍미를 지녔습니다. 3번 파셀은 산미는 적게 느껴지고 부드럽고 농축된 블랙베리 같은 과일 맛이 입을 확 감싸줍니다. 또 남성적인 탄닌과 검은 과일 느낌을 부여합니다. 4번 파셀은 작은 베리류 과실이 두드러지며 다른 파셀 특징을 모으는 다리 같은 역활을 하고 5번 파셀은 에너지가 넘칩니다. 6번 파셀은 이 와인만으로 이미 완성된 스타일로 진하면서 산미도 느껴집니다. 특히 깊은 농축미와 함께 끝없는 여운이 특징입니다. 7번 파셀은 코에서 붉은 과실이 느껴지고 탄닌은 거칠면서 레몬같은 진한 산미가 엿보입니다. 돈 멜초는 이렇게 세분화해 양조한 와인의 샘플을 테이스팅해 최상의 조합을 찾아 블렌딩합니다.

돈 멜초가 이렇데 뛰어난 7개 파셀을 그냥 놔둘 리가 없습니다. 실제 7개 파셀을 7개 싱글빈야드 와인으로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바로 ‘더 파셀스(The Parcels)’입니다. 수석 와인메이커 엔리케 티라도가 직접 한국을 찾아 더 파셀 시리즈를 소개했습니다. 돈 멜초는 금양인터내셔날이 수입합니다.

“돈 멜초는 포도밭 127㏊를 1㏊ 미만으로 아주 잘게 나뉘어 관리합니다. 포도밭 토양 단면도를 보면 구획마다 각각 다른 특징이 있어요. 자갈이 크고 얼기설기 얽힌 토양, 작은 자갈 토양, 위에는 자갈이 없고 밑에만 자갈이 있는 토양 등 다 다르답니다. 이 때문에 어떤 포도는 아로마가 좋고 어떤 포도는 탄닌이 좋거나 강한 특징이 드러납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포도밭의 다양한 토질과 기후 때문에 포도의 역할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돈 멜초는 이를 최대한 균형감 있게 잘 조합해 복합미를 끌어내고 있답니다”.

티라도가 더 파셀스 시리즈를 시작한 것은 이제 블렌딩 하지 않고 싱글빈야드로 만들어도 충분히 품질이 뛰어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더 파셀스(The Parcels)의 첫번째 에디션은 돈 멜초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DM/01’으로 돈 멜초 포도밭의 7개 파셀 중 가장 오래된 1번 파셀의 포도로 만듭니다. 1번 파셀을 가장 먼저 싱글빈야드 와인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1979년에 필록세라 이전의 뿌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조성된 파셀로, 오랫동안 돈 멜초의 최종 블렌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1번 파셀은 강렬한 과일 풍미와 뛰어난 섬세함이 매력입니다. DM/01 2022 빈티지는 카베르네 소비뇽 88%, 카베르네 프랑 12%입니다. 붉은 과실의 강렬한 아로마와 플로럴 노트,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력이 특징으로 뛰어난 우아함과 부드러움을 지니며, 섬세하고 조화로운 타닌이 긴 여운과 기분 좋은 지속성을 선사사합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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