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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초월 건축가 이타미 준…그의 삶과 건축 세계 총망라

입력 : 2025-09-20 06:00:00 수정 : 2025-09-18 19:52:00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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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준 나의 건축/ 이타미 준/ 유이화 엮음·김난주 옮김/ 마음산책/ 2만3000원

 

제주의 ‘포도호텔’과 ‘수·풍·석 미술관’, ‘방주교회’ 그리고 충남 아산 ‘온양미술관’ 등을 남긴 건축가 이타미 준. 그는 1935년 도쿄에서 재일한국인 2세로 태어났다. 1964년 무사시공업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4년 후 이타미준건축연구소를 설립했다. 대학 졸업 때까진 한국명 ‘유동룡’을 고집했으나 건축가로서 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첫 한국 방문 당시 이용한 이타미공항에서 ‘이타미(伊丹)’를, 친하게 지냈던 작곡가 길옥윤의 한자 ‘윤(潤)’을 따서 이타미 준이라는 예명을 만들었다. 일본 사회에서는 외부인으로 차별받고, 한국 사회에서는 경계인으로 취급받으면서도 그는 한국인이라는 뿌리와 정체성을 지켜나갔다. 지역 풍토에 천착하며 돌, 바람, 흙과 같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 독창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한 세계적 건축가. 평생에 걸쳐 한국 전통과 조선시대 건축·예술을 탐구했다.

2002년 이타미준건축연구소 서울사무소를 설립, 이타미 준이 2011년 뇌출혈로 갑자기 타계하기 전까지 주요 건축작업을 함께한 딸이 선친의 흩어져 있던 원고와 자료를 한데 모았다. 이타미 준이 타계하기 전까지 써내려 간 글과 다채로운 사진 자료 등에서는 어린 시절의 기억과 일상적 경험에서부터 조선시대 건축과 예술에 대한 탐구, 영감을 주고받은 건축가 및 예술가와의 교류, 건축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설계 의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이타미 준/유이화 엮음·김난주 옮김/마음산책/2만3000원

인사동을 처음 소개해준 화가 박서보 등 한·일 문화계 주요 인사와 나눈 교분과 일화도 흥미롭다.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일본의 전통과 서양의 디자인을 접목한 건축가 시라이 세이이치, 미적 재능을 발휘하도록 물심양면 애써준 동양적 미니멀리즘의 대가인 화가 곽인식 등이 등장한다. 당대 건축가였던 김중업과 김수근을 비교한 대목도 흥미롭다. 김중업에 대해선 “개성과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함과 남다른 노력, 창조를 위한 그칠 줄 모르는 자유로움과 생명력”으로 평가했다. 차나 술, 식사를 함께하며 담소할 기회가 많았다는데 “점차 열기를 띠어가던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나를 압도했다. 건축가의 중얼거림이 아니라 시인의 속삭임을 듣는 듯했다”고 추억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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