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계속된 관심을 받는 가운데, 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접근 방향이 뚜렷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러와의 밀착을 강화해 신냉전 구도를 활용하려는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도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려 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미국의 경우 내년 중간선거 일정에 맞춘 단기 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기고한 ‘김정은의 중국 전승절 외교 이후 북미대화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과 미국의 대미·대북 전략이 각각 어떻게 다른지 진단했다.
북한의 경우 러시아 - 중국 - 미국으로 향하는 3단계의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대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봤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강화한 1단계 전략은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중국 전승절 행사에 김 위원장이 참석해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한 것은 2단계 대외 전략의 초기 국면으로 파악된다.
성 연구위원은 “중국 관광객의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단체 관광 등이 시작되면 2단계 전략이 순항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 성공하면 마지막 남은 단계가 바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경제 제재 해제”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대미 외교 진입 여부 및 시기가 결정되는 건 2단계인 북중 관계에서의 성과에 달려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비해 트럼프 2기 대북 외교는 1기 때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의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성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그는 “북미관계 복원을 추동하는 유일한 동력은 트럼프 본인의 강력한 대북 재관여 의지뿐”이라며 “트럼프는 여전히 김정은을 맞상대할 인물이 자신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원만한 관계를 강조하며 대화 재개에 관심을 꾸준히 보여오긴 했지만, 이런 발언 외에 실질적인 진전은 포착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가 대북특사로 임명한 리처드 그레넬의 존재감은 낮고, 트럼프 1기 때 북한과의 협상에 역할을 했다는 알렉스 웡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은 임명 직후 경질됐다.
이러한 교착이 지속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 창출에 대한 압박감은 강해지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공언한 만큼 빠르게 종전시키지 못하고 있고, 중동에서의 군사적 충돌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1월 중간선거로 정권 평가를 받게 되는데, 취임 8개월이 되도록 이렇다 할 대외전략 진전이 없어서다.
성 연구위원은 이러한 미국의 외교 부진이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해 관심을 높일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이 ‘비핵화’ 언급을 빼면서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낼 경우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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