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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와 유엔 개혁 [더 나은 경제, 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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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15 14:39:00 수정 : 2025-09-15 14: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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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총회장 전경.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화요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제80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 경험을 공유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구상을 밝히는 동시에 인공지능(AI)과 국제안보의 관계를 주제로 한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대한민국이 이달 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게 되면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 최초로 직접 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하는 역사적 순간을 맞는다. 이번 공개 토의의 주제는 ‘AI 기술 발전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미칠 기회와 도전’이다. 한국이 단순한 토의 참여국이 아닌 규범 설정자로서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은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의제 선정과 회의 운영, 결의문 조정 등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대통령의 연설은 민주주의 수호와 기술·안보·인권의 연계를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가 당면한 복합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자는 선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의 비효율성과 회원국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지적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이 선언 중심의 정치적 제스처에 머물고 있다는 점, 그리고 미국이 과도한 재정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을 다시 한번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총회 기간 중 자연스럽게 조우하거나 별도 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국 정상 간 대화가 실현되면 한·미 동맹 재확인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 첨단기술 규제, 인도·태평양 전략 등 다양한 현안을 협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만남이 성사된다면 최근 한미 간 새어 나오는 균열음을 봉합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주요국 정상이 참여하는 이번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는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했다. 총회는 1945년 유엔 창설과 함께 설립된 유엔의 6대 주요기관 중 하나로, 모든 회원국이 1표씩 동등한 투표권을 가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외교 무대이다. 유엔 헌장 제4조에 따라 설립된 총회는 국제평화와 안보, 인권, 개발,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 현안을 다루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장으로 기능해왔다. 다만 권고결의만 할 수 있는 한계 탓에 실질적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8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맞았지만, 유엔은 안팎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 대표적인 문제 제기는 유엔 회의론이다. 여러 지역에서 유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존속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유엔 평화유지군(MONUSCO)이 다수 주둔하고 있음에도 무장단체 활동이 오히려 더 확대되거나 광범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미얀마에서는 2021년 군사 쿠데타 후 이어진 인권 유린과 학살 사태에 대해 유엔은 어떠한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 무기 유입 차단이나 자산 동결 등의 제재가 지지부진했고, 현지에서 민주화를 지지하는 이들 사이에서 “유엔은 더는 믿을 수 없는 조직”이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오는 실정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유엔은 반복되는 인도적 위기와 전쟁범죄 의혹에도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선언적 중재 수준에 그쳤다.

 

안보리 거부권을 둘러싼 논란은 유엔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상임이사국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하거나 그 내용 자체가 크게 약화된다. 이는 유엔이 국제평화 유지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각국에서 제기되는 이 같은 여론은 ‘유엔은 존재하지만 행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유엔의 존재 가치에 가장 큰 의문을 제기하는 국가다. 유엔 전체 예산의 22%를 분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유엔이 제대로 된 역할 없이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개발도상국과 비민주국가들의 대변인 역할만 하는 ‘불균형한 조직’이라는 지적도 한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유엔이 지금처럼 투명한 집행절차 없이 명분과 원칙만 앞세워 예산을 유용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몇몇 유엔 기구들은 민간의 돈까지 무분별하게 가져간다는 점에서 많은 국가에서 미국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유엔은 선언보다 행동으로, 말보다 결과로 증명하는 더 실용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 상임이사국 거부권 제도의 재검토, 예산 투명성 강화, 회원국 간 책임 분담 개선 및 평가제도 확립이 그 개혁의 출발점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총회에서 국제 다자무대 데뷔함과 동시에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만큼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이 과거 수동적 참여자에서 벗어나 규범 중심 외교와 기술·안보·인권 의제를 아우르는 발언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할과 발언에 많은 국가가 주목하는 이때 한국 역시 유엔 개혁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빈곤국, 개도국, 선진국을 모두 경험한 한국은 이런 변화를 제시할 수 있는 가장 적임의 회원국이다. 이번 유엔 총회가 새로운 80년을 약속할 수 있는 중요한 개혁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현재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선임사외이사, 유가증권(코스피·KOSPI)시장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원 옴부즈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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