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시장의 투기 수요를 통제하겠다”고 못박은 가운데, 서울 마포·성동구 등 이른바 ‘한강 벨트’와 경기 과천·분당 등 핵심 인기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일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미 9·7 대책에서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라며 “추석 전후 추가 규제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가격 상승률, 물가 대비 최대 30배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6~8월) 사이 서울시 소비자물가지수는 0.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성동구 아파트 가격은 6.20% 올라 무려 물가의 31배, 마포구는 4.79% 상승해 23.9배를 기록했다.
강동구(4.05%), 양천구(3.94%), 광진구(3.81%), 영등포구(3.49%), 동작구(3.22%) 등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이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했다.
경기도 역시 분당구(5.63%, 물가의 22.5배), 과천시(5.23%, 20.9배)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규정에 따르면 3개월간 집값이 물가 상승률의 1.3배 이상이면 조정대상지역, 1.5배 이상이면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가능하다.
수치상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은 이미 지정 요건을 충족한 셈이다.
◆“한강벨트·분당·과천부터” 선별 규제 전망
시장에서는 “서울 전역이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만, 정부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성동·마포 등 한강벨트 중심지부터 지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경기도에선 분당과 과천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정부는 9·7 대책에서 강남3구·용산 등 초고가 밀집지의 담보인정비율(LTV)을 50%에서 40%로 낮췄다.
다만 실효성은 제한적이었다.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마포·성동 같은 지역에 LTV 40%를 적용하면 효과가 크다”며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국토부 장관이 직접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법적 장치도 이번 확대 움직임의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규제지역으로 묶일 경우 타격은 15억원 이하 주택에 집중된다.
강남3구·용산은 초고가 주택 비중이 높아 기존 대출 규제와 큰 차이가 없지만, 마포·성동은 올해 거래 절반 이상이 15억 이하 아파트였다.
주담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되면 매수자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거래 절벽’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분당·과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직격탄 맞는 ‘15억 이하’ 실수요 거래
문제는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9·7 대책에서 향후 5년간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공급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느냐”는 불신이 여전히 강하다.
이 때문에 규제 지역을 늘리면 비규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다.
◆전문가들 “이미 예고된 수순…더는 방치 어려워”
전문가들은 이번 움직임을 “예고된 수순”으로 평가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성동·마포의 최근 집값 상승률은 서울 물가 상승률의 20~30배에 달한다”며 “정부가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상 서울 전역이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정부는 시장 충격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는 실질적 효과”라며 “규제가 강화되면 거래 절벽은 확산되겠지만, 공급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단기 조정 뒤 재급등 패턴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확대는 정책 신호일 뿐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한다.
신뢰할 만한 공급 로드맵과 빠른 실행이 동반되지 않으면 규제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 안정의 관건은 규제가 아닌 ‘실행력 있는 공급’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