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 입법 독주·급진적 개혁은 논란
“모든 국민의 대표” 초심 잃지 말아야

오늘 출범 100일을 맞은 이재명정부는 비교적 무난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앞에 놓인 과제는 엄중하다. 한시도 방심할 수 없는 내우외환의 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라는 비상한 각오로 국민을 위한 책무를 수행하기 바란다.
현재 이 대통령은 과반에 근소하게 부족했던 6?3 대선 득표율(49.42%)보다 훨씬 높은 60% 중반대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정 지지율이 정부 성패를 나누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비교적 안정적 국가 운영에 대해 국민이 평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민 목소리를 적극 경청하겠다는 국민중심, 여야를 넘어선 통합 정치를 하겠다는 국정협치, 이념 틀을 벗어나 국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실용노선이 국민 지지를 받는다는 방증이다. 첫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도 무사히 마쳐 한고비를 넘기고, 국내외에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건재를 부각한 점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재명정부 100일에 대해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로 매도한 것은 좀 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대통령은 자만해선 안 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늘 기자회견도 자화자찬의 장이 아니라 지난 100일의 공과를 냉철히 분석하고 앞으로 남은 4년 8개월간의 국정 운영 방향을 진지하게 점검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거여 입법 독주, 여권의 급진 개혁 노선, 여야 극한 대결, 노사 중립 의지의 후퇴, 민생회복·경제도약의 구체적 청사진 부재 등 현안에 대해 국정 운영·국민 통합의 최고 책임자로서 다수 국민이 안심하는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미사일 폭주, 북·중·러 연대, 미국의 일방주의, 일본의 극우 정권 출범 우려로 중대 기로에 선 대북·외교 정책을 어떻게 조정해 나아갈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6월 4일 취임사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민생·경제 회복, 실용적 시장주의,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그날의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 약속 그대로 여권의 대표가 아닌 국민 전체 대표로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통합, 실용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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