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탄소 섬유 복합 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개발 중인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을 고체 엔진을 둘러싼 사실상 ‘마지막 시험’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제80주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한 김정은이 복귀 후 처음 소화한 공개 일정인 만큼 북한 당국이 이 시험에 걸어온 기대가 얼마나 컸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겠다.
이달 초 김정은 방중을 앞두고 북한은 해당 고체 엔진을 ICBM 화성-19형 계열들과 다음 세대 ICBM인 화성-20형에 차례로 장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탄두 탑재 ICBM 기술의 고도화를 내세워 대미 압박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 잘 지내고 있다”며 한반도 피스 메이커를 자처하는 사이 북한은 오로지 핵 무력 과시에만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는 오는 10월10일로 예정된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다가오면서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방중 기간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은 물론 시진핑 또한 북한 비핵화에 관해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나란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공인된 핵 강국인 두 나라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동맹 경시’ 기조 속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북·중·러 3국의 결속과 밀착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으니 참으로 우려스러운 사태 전개가 아닐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한 강경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대화와 교류·협력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남북 관계 개선은 꼭 필요한 일이나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김정은의 신념에 변화가 없는 한 불가능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어제 개막한 ‘2025 서울안보대화’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바탕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짐으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행에 옮김으로써 북한의 안보 위협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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