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표결 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조사 방식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은 계엄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국민의힘 관계자들 조사가 진상 규명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특검 칼날이 당을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내란 특검은 최근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비롯한 복수의 의원에게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석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달에도 표결 방해 의혹 수사와 관련해 수사 협조를 요청했으나 응하지 않자 재차 특검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본관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있다가 본회의장으로 이동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여했다. 이에 특검이 당시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김 의원 등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특검은 김 의원에게는 12일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의원은 출석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표결 방해 의혹은 비상계엄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전 대통령 요청에 따라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표결을 막으려고 시도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검은 우선 원내대표이던 추경호 의원이 비상의원총회 장소를 세 차례 바꾸며 표결 참여를 방해한 것으로 의심하고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입건한 상태다.
특검은 이 사건 수사를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불러 조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을 상대로도 수사 협조 요청을 보냈지만 특검에 출석한 의원은 조경태·김예지 의원 두 사람뿐이다.

특검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의힘 의원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언급하며 “내란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나서서 진상을 규명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며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하는 것으로 의혹이 풀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특검은 참고인 조사가 계속해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소 전 법원에서 신문할 수 있는 ‘증인신문 청구’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사람’이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할 경우 판사 앞에서 증인신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증인이 소환에 불응하면 법원이 강제 구인을 할 수 있다.
특검이 증인신문 청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대상으로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이 거론된다. 계엄 당시 국민의힘 대표이던 한 전 대표는 당원들에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의결안 표결 참석을 독려했다. 결국 국민의힘에서 표결에 참여한 18명 의원도 모두 ‘친한계’ 인사였다.
특검은 추 의원이 의총 장소를 수차례 변경하며 같은 당 의원들이 표결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법리 구성도 검토하고 있는 거로 알려졌다. 추 의원의 직권남용으로 표결권이 침해됐다는 논리 구성이다.
특검은 추 의원을 비롯해 계엄 당일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하고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던 국민의힘 의원들을 주요 참고인으로 보고 있다. 당시 원내대표실에는 추 의원을 비롯해 8명 의원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 의원은 현재 피고발인 신분이라 특검은 이들에 대해 증인신문 청구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증인신문 청구보다는 출석에 불응할 경우 다른 강제수단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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