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적 추상화로 묵직한 울림을 주는 박상남 작가의 초대전이 6일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열린다.

박상남은 아스팔트 위 아스콘 덩어리, 시멘트로 때운 자국, 무언가로 인한 얼룩 등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은 일상 속 디테일에 집중하며 거기서 발견된 흔적들을 특유의 명상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게 뭐지? 뭘 그린 거지?’ 궁금해하다 ‘길바닥’이라는 힌트를 주면 “아하!”하고 수긍하게 되는 그림이 그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신문지 종이 등 여러 재료를 끓이고 짓이겨 바탕의 질감을 만들고 그 위에 다양한 광물, 접착제, 기름 등의 소재로 표현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번 전시는 최근 밝고 경쾌한 색조를 첨가해 기존 작품과 또 다른 맛을 준다.

박상님의 작품을 ‘연금술적 추상화’라 명명한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박상남의) 연금술은 주어진 조건에서 재료에 절실했던 가난한 마음의 산물이다. 그는 누에가 뽕을 먹고 아름다운 명주실을 뽑아내듯 가난한 절실함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사람들의 생존 기반이지만 천대받는 길거리를 늘 관찰하고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 비천을 고귀로 바꾸는 연금술적인 작업을 천직으로 삼는다”고 평했다.
그의 작품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1~2년의 기간이 걸린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각각의 소재들이 캔버스나 나무 위에서 오랜 시간 어우러지며 나타내는 변화, 변이를 작품을 그리는 과정의 일부에 해당한다고 보면, 이것이 바로 윤 평론가가 언급한 연금술이라 할 수 있겠다.

전시를 기획한 구구갤러리 구자민 대표는 “‘일단 세 번은 전시를 해보자’는 약속에서 출발해 이제 네 번째 초대전이다. 박수근 작품의 거친 질감과 중세 유럽의 고풍스러움이 공존하는 박상남 작가의 작품세계는 이제 중대한 기점에 있다”며 “수십 년 준비한 작가인 그의 진가가 빛을 발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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