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생들을 유인하려 한 20대 남성 3명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앞서 이런 사건이 “없었다”고 발표했다가 추가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4일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로 20대 남성 3명을 체포하고 이 중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3시30분부터 홍은동 소재 초등학교 인근 등에서 총 3차례에 걸쳐 초등학생들에게 접근해 유인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차량에 탑승한 채 “귀엽다, 집에 데려다 줄게”라며 학생들을 유인하려 했지만 학생들이 모두 현장을 벗어나 미수에 그쳤다. 같은 날 오후 3시32분과 3시36분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범행을 시도했다.
피의자들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경기도에 사는 2명이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친구 집에 놀러왔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들이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장난삼아 한 일이며 납치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한 피의자는 “초등학생들이 귀엽게 생겨서 장난삼아 했다”며 “놀라는 반응이 재밌어서 또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최초 신고를 받고 수사했으나 “실제 신고 내용과 관련한 범죄행위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렸다. 이후 해당 초등학교가 1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유인 시도 사실을 알리고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은 2일 “전혀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반박하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우리 아이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추가 신고가 접수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경찰은 즉시 강력팀을 투입해 범행 차량 추적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실제 납치 미수 범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3일 오후부터 4일 새벽까지 피의자들을 홍은동과 경기도 여주에서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초기 수사에서 범행을 확인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차량 정보 오인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피해 학생 보호자가 신고한 차량은 ‘흰색 스타렉스’였으나 실제 범행 차량은 ‘쥐색 쏘렌토’여서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2일 추가 신고를 받은 후 차량 추적을 통해 지난달 30일 신고 사건을 포함한 추가 범행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행이 여러 번 반복됐고 사회적 파장이 큰 점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유인 행위를 한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나머지 1명은 친구들을 제지하는 등 가담 정도가 적어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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