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이해관계 ‘완전한 일치’ 아냐
‘신냉전 강화’로 단순 접근 부적절
대통령실, 별도 입장 안 내고 주시
전문가 “다양한 외교채널 가동을”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계기로 북·중·러 연대가 주목받았지만, 3자 차원의 정상회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북·중·러 정상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한자리에 모이긴 했으나 3자 공조를 전면화할 만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 기조에서는 ‘불완전 반미연대’의 틈을 파고들어, 최대한 많은 나라와 관여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전승절 행사 전후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 함께 참석하는 정상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북·중·러 3국 정상이 톈안먼(천안문) 망루에 나란히 등장하는 상징적 연대 과시를 넘어, 공식적으로 마주 앉아 의제를 논하는 제도화 단계로는 나아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북·중·러의 반쪽짜리 결속은 현 상황을 ‘신냉전 구도 강화’로 단순화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북한은 반서방 진영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며 신냉전 구도를 활용해 온 반면, 중국은 냉전적 사고방식을 지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 왔다. 시 주석은 열병식 직전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 이사회에서도 진영 대결 반대를 강조했다.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회복 차원에서 이번에 김 위원장을 끌어들였지만, 북·중·러 군사 공조체제로 굳어지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중이 읽힌다. 푸틴 대통령 역시 전날 북·러 정상회담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한국이 북한에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며 메신저 역할을 자처해 눈길을 끌었다.
이러한 기류를 반영하듯 대통령실은 최근 북·중·러 연대 움직임과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로키(저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 구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불필요한 대립·긴장 구도를 형성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에 신냉전을 우려할 만한 장면이 연출되긴 했지만 특이할 만한 구체적 성과나 선언문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상황은 아니다”며 “공동의 커다란 연대가 아닌, 독자적인 소다자 행보를 하는 국제사회 흐름에 맞게 어느 나라와도 척을 지지 않는 것을 더 중요히 여길 때”라고 말했다. 최 수석연구위원은 “다자 질서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는 다양한 외교채널을 가동해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며 “어느 한쪽에 대한 개입과 관여를 축소해 다른 편을 안심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북·중·러 결속을 바라보는 미국, 일본 역시 향후 외교 전략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열병식 전후로 ‘세 나라의 밀착에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더니 몇 시간 만에 “반미 모의” 운운하며 말을 바꿔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일본 정부는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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