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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열병식 다 봤다”는 트럼프, 反美 삼각연대 ‘경계심’ [북·중·러 밀착]

입력 : 2025-09-04 18:45:45 수정 : 2025-09-04 22:58:01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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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서 언급

열병식 전날 SNS에 ‘美의 도움’ 언급
시진핑 연설서 언급 없자 “놀라” 밝혀
3국 결속따른 대치 국면 형성에 긴장
우크라 종전 교착에 러 추가 제재 시사

美, 中 화학업체·대표 제재 대상 지정
中, 미국산 광섬유 78.2% 관세 맞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열병식 연설에서 미국이 언급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놀랐다고 밝혔다. 미국이 2차 대전 당시 중국을 도왔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전승절을 계기로 강한 결속을 과시한 북한, 중국, 러시아를 움직임을 경계한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던 중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어젯밤 (시 주석의) 그 연설을 봤다. 시 주석은 내 친구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미국이 그 연설에서 반드시 언급됐어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중국을 매우, 매우 많이 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시 주석이 과연 매우 적대적인 외국 침략자로부터 중국이 자유를 되찾도록 미국이 중국에 제공한 막대한 지원과 피에 대해 언급할지가 큰 의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는 2차대전 당시 미국이 중국에 군 조종사들을 의용군 형태로 보낸 것을 의미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美·폴란드 정상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과 만나 악수 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에 대해 “아름다운 행사”였다면서 “매우,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들(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와 관계가 매우 좋다”며 “얼마나 좋은지는 앞으로 1∼2주 사이에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관련해 “며칠 안에 그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중국 전승절을 계기로 북·중·러가 결속하는 것에 대한 경계로 해석된다. 시 주석을 비롯해 푸틴 대통령, 김 위원장 등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이들을 관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과 달리 이들이 서로 결속하면서 미국에 대항하는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이고 국방비 증가 등으로 동맹국들을 옥죄면서 이들 국가에 대항할 수 있는 동맹국, 우호국 간의 연대에도 위기가 찾아왔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인도 간 관계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0%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번 전승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앞서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O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친밀한 모습을 연출했다. 중국과 인도는 국경분쟁 등으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사이다. 인도는 미국의 동맹은 아니지만 미국에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 전략 파트너로 여겨져온 국가인 만큼 중국에 가까워지는 것이 미국에 달가울 리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중·러의 ‘반(反)서방연대’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한 직후 미·중 양국은 상대국 경제를 압박하는 조치를 주고 받았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이날 미국인을 상대로 마약 펜타닐의 원료인 합성 오피오이드 제조 및 판매에 관여한 혐의로 중국 화학업체 광저우 텅웨와 이 회사 대표자 2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4일부터 미국산 ‘차단파장 이동형 단일모듈 광섬유’에 대해 33.3∼78.2%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광섬유는 일반 광섬유 대비 차단파장을 높게 조정한 것으로, 해저 케이블이나 장거리 고속 통신 등에 사용된다.

(왼쪽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중·러가 결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외교적 성과로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에 러시아가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푸틴에 대한 실망감을 여러 차례 표현했는데, 조치가 없다’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자 “나는 2단계나 3단계(제재 조치)는 아직 하지도 않았다”며 “그런데 그것을 ‘무조치’라고 한다면, 당신은 새 직업을 구해야 할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일본도 북·중·러 결속을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중대한 관심을 갖고 지역 안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정보 수집, 분석에 임할 것”이라며 사태를 주시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북·중·러가 결속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 우호국과 연대에 나서지 않고 다자 협력에도 소극적이어서 각국이 ‘독자 외교’의 과제를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 나라 정상이 처한 상황 등이 각기 달라 협력 관계가 아주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일본 정부 내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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