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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보장 없는 특별법은 피해자를 개인회생으로 내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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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9-03 06:00:00 수정 : 2025-09-02 23:43:10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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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특별법 추가 개정 촉구한 피해자들

“월세가 부담돼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는데, 사기꾼의 돈을 20년 동안 갚아나가며 제정신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김태욱씨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4인 가족의 가장인 김씨는 경기도 광주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전세 사기를 당했으나, 최우선변제금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경매 차익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개인회생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세사기특별법 추가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는 정기국회가 개원한 이날 전세사기특별법 추가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보증금의 일정 부분을 회수할 수 있도록 최소보장 비율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차인에게 있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미반환 의도를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국적과 신용대출 상환 등의 이유로 구제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신속하게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 관악구 다가구 주택에 전세로 살면서 올해 초 경매 통보를 받았다는 박모씨는 “같은 건물에 16가구가 전세로 살고 있고, 같은 집주인에게 동일한 사기 피해를 보았음에도 단 7가구만 피해자로 인정받았다”면서 “누구는 인정되고 누구는 되지 않는 모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특별법 제2조 제4호 나·다목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불인정 결정을 받은 박씨는 심의위원회의 설명을 충분히 들을 수 없었으며 이의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박씨는 “계약 시점이나 증거 확보 여부에 따라 피해자 인정 여부가 갈리는 것은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구제 절차가 복잡하고 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도 마련하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산에 사는 남명길씨는 “길게는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면서 똑같이 세금 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며 “하지만 외국인이란 이유로 경매금액 대출을 거절하고, 공공임대와 우선매수권 양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고통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데 외무나 피부색은 다르지만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정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가 전세사기특별법이 보장하는 이자 감면,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지원 대상을 ‘국민’으로 해석하고 있어 외국인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전세사기피해대책위 안상미 공동위원장은 “피해회복률이 낮은 피해자들은 20년간 전세대출을 갚아야 해 결국 개인회생이나 파산으로 내몰린다”며 “특별법이 피해자를 파산자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특별법 제정 당시 피해자들이 경매, 공매로 내쫓기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지만 특별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정부가 바뀐 만큼 피해자들의 5대 요구안(▲최소보장 도입, ▲피해자 인정 문제 개선, ▲신탁·다세대 공동담보 피해 구제를 위한 배드뱅크 도입, ▲사각지대 피해자 대상 차별 없는 지원, ▲지자체 피해주택 관리 강화)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시민단체와 피해자들은 정부가 주장하는 ‘LH 매입 방안의 피해회복율 80%’가 현실적이지 않다며 특별법 추가 개정을 촉구하면서 각 정당 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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