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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직함 버리면서 누가 중수청 가겠나” [검찰개혁 논란]

입력 : 2025-09-02 18:42:35 수정 : 2025-09-03 10:54:14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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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안 두고 檢 내부 ‘부글부글’

더불어민주당이 2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이번 주 발의할 것이라고 공언한 가운데, 검찰의 수사 기능을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하는 안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중수청으로의 이동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중수청에는 ‘검사’는 없고 ‘수사관’만 존재한다. 수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사람, 7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조사·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사람, 대통령령이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 등 중에서 임명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깃발. 연합뉴스

중수청이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검찰청 검사·수사관의 유입이 필수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검찰청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겨 갈 경우 ‘검사’라는 직함을 버려야 한다. 이를 두고 일선의 한 검사는 “소속과 직함, 지위, 급여 체계 등이 달라지는 것을 감수하고 중수청으로 옮길 검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청 수사관들도 행안부 산하 조직으로 이동하길 꺼리는 분위기다. 한 검사는 “경찰보다 어려운 시험 과정을 통과해 검찰 수사관이 됐고 검찰 조직에 자리 잡았는데, 경찰이 주류인 조직으로 옮기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안을 담당하는 행안부에 ‘수사’를 전담하는 기관을 두는 게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청은 법무부 산하이지만 외청으로 존재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이 제한적으로 행사되는 것과 달리, 중수청이 별도의 장치 없이 행안부 장관의 직접적 지휘를 받을 경우 정치적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중립성이나 독립성 면에서 검찰보다 신뢰도가 높지 않은 행안부에 권한이 집중돼 견제가 어려워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는 검찰 개혁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성훈 청주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은 이날 “영미에선 한국식 수사·기소 분리를 가리켜 ‘괴물 같은(monstrous) 제도’, ‘무법자 재판소’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강수산나 서울서부지검 중경단 부장도 “검찰 개혁 공청회에는 마땅히 검찰의 입장에서 개혁안이 가져올 파장과 부작용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참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전날 “중요한 것은 ‘수사절차상 인권적 통제가 실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같은 실체적이고 기능적인 문제들”이라고 밝혔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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