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연일 상생금융을 내세우며 은행과 보험, 제2금융권 등 사실상 대한민국 금융권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재명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상생금융의 압박에 금융권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찬진 금감원장 “내부통제 불이행 시 무관용 원칙”
1일 주요 보험회사 대표들과 만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다소 불편한 말씀이 될 듯하지만 정부의 보험감독 방향을 밝혀드리는 것이 업계에 도움이 되실 듯하다”며 운을 뗐다. 이 원장은 “그간 (보험은) 가입은 쉬우나 보험금은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잘못된 보험상품 설계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의료적으로 필수적이지 않은 치료비까지 보장하는 실손보험상품의 경우 건강보험 재정 악화, 국민 의료비 부담 증가와 함께 과잉의료 유발 등 의료체계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은 단기 매출이나 수익성에만 치중해 상품 개발 관련 내부통제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28일 국내 시중은행장들과 첫 상견례를 가졌을 때도 “금융범죄는 엄정히 대응하겠다”거나 “개인정보 유출, 직원 횡령 등 금융사고는 은행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한다”는 등 강도 높은 발언으로 은행권을 긴장시켰다. 내부통제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 원장은 국내 은행들이 생산적 금융 공급을 소홀히 하는 점 또한 질타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날 선 반응에 은행권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전방위 감독권을 지닌 금감원장이 첫 상견례에서 주어진 화두와 태도가 일반적으로 임기 동안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임자였던 이복현 전 금감원장도 취임 후 가진 첫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을 직격했고, 이후 임기 내내 은행권의 고금리 관행을 저격하는 발언과 정책들이 이어졌다.
◆뛰는 물가에 ‘짠물’ 소비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구 식료품·비주류음료 소비지출(명목)은 월평균 42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다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질 소비지출은 34만1000원으로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먹거리 지출액 자체는 늘었지만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제 소비 규모는 줄었다는 뜻이다. 올해 2분기 먹거리 실질 지출액은 같은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기간을 더 확대하면 2016년 2분기(33만원)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2분기 식료품·음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9%에 달했다. 가구당 먹거리 실질지출은 누적된 고물가로 2023년 4분기부터 네 분기 연속 줄었다가 작년 4분기 1.8% 늘며 반등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증가율이 0.4%로 위축된 뒤 2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작년 연말 큰 폭으로 올랐던 환율이 수입 원자재 가격에 반영되면서 식품기업들이 출고가를 줄줄이 올렸고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식료품·비주류음료는 전체 소비지출의 14% 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지출 분야다. 필수 지출인 만큼 소비량을 크게 줄이는 대신 더 싼 대체품을 소비했을 수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2020년 1분기부터 최근까지 5년 넘게 전체 물가 수준을 웃돌고 있다.
◆넥스트레이드, 53개 종목 추가 거래중지
넥스트레이드는 시장 거래량 제한을 위해 이날부터 풀무원 등 53개 종목의 거래를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부터 거래가 중단된 YG PLUS 등 26개 종목까지 더하면 총 79개 종목의 거래가 앞으로 한 달간 멈추게 된 셈이다.
이번 거래중지 조치에 따라 해당 79개 종목은 넥스트레이드 정규시장(프리·메인·애프터마켓)과 종가매매시장 모두에서 거래할 수 없다.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이나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을 주로 이용하는 투자자는 자칫 주식을 매입하거나 보유주식을 파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 확인이 필요하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대체거래소의 경우 최근 6개월간의 일평균 거래량이 시장 전체 거래량의 15%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이른바 ‘15%룰’을 규정하고 있다. 대체거래소의 도입 취지가 거래 경쟁과 효율성 제고에 있는 만큼 한국거래소의 시장 관리 기능과 시장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달 일부 종목 거래 중단 이후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량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차 거래중지가 이뤄진 지난달 20일부터 31일 사이 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거래량은 1억5994만주로 집계됐다. 매매체결 대상 종목 축소 조처를 단행하기 이전인 8월1일부터 19일까지의 일평균 거래량 1억9545만주와 비교하면 18.2%나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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