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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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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6 23:02:31 수정 : 2025-08-26 23:02:30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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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타나모 해군기지는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의 남동쪽 끝에 위치한다. 면적은 대략 117.6㎢로 미국 해군기지가 들어선 것은 1903년이다. 관타나모만의 주권은 쿠바에 있지만, 사법권과 관할권은 미국이 갖기로 조약을 체결했다. 이후 1934년 한 차례 개정 협상에서 미국이 관타나모 기지를 포기하지 않는 한, 쿠바는 관타나모 기지를 미국에 영구 임대하기로 합의했다. 불평등 조약의 전형이다.

1959년 쿠바혁명 후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서자 쿠바는 관타나모 기지의 반환을 요구했다. 눈엣가시 같은 카스트로 정권에게 미국이 선뜻 기지를 내놓을 리 없었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기지는 미국 소유가 아니다. 미국의 해외 기지 운영 구조는 크게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기반을 둔 사용권, 장기 임차 형태, 특수 협정 또는 점유 형태로 구분할 수 있다. 주한미군 기지의 경우 한국 반환을 전제로 사용권을 부여한 경우다. 관타나모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기지 부지에 대한 소유권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임대차 계약(lease)을 없애고 우리가 거대한 군 기지를 두고 있는 땅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고 밝혔다. 언급된 기지는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가리킨다. 한·미 SOFA 상에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대해 영구 소유권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민 반감에 협정을 뜯어고치기도 어렵다.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 소유권에서부터 미국 주도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까지 트럼프의 막말은 늘 전략이자 상품이었다. 이번에도 그냥 던진 말은 아닐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노린 협상용 레토릭이 거론된다. 관타나모처럼 되기를 바라는 속마음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안 그래도 좌우가 갈린 한국이다. 벌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북한이나 중국,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미국 땅을 만드는 것”이라거나 “한 국가의 영토를 넘보는 말도 안 되는 망언”이란 원색적 비난이 교차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비상식적 세계 지도자를 마주한 시대의 비극이다. 평지풍파를 걱정하는 약소국의 비애이기도 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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