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두 정상이 마주 앉기 직전까지 걷잡을 수 없이 긴장이 고조됐다가, 두 사람이 마주 앉은 뒤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오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2시간40분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에서 숙청 또는 혁명”(Purge or Revolution)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고, 거기서 사업할 수 없다”고 ‘폭탄’을 던졌다.

정상회담을 준비하던 순방단, 순방기자단에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실은 해당 메시지가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에서 나온 것이 맞는지, 가짜뉴스는 아닌지 등 진위를 확인하고, 메시지가 나온 배경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숙청(Purge), 혁명(Revolution)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혼란이 빚어졌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숙청의 의미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수사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전 대통령과 지지층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논란을 지적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두고는 한국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인 이른바 ‘노란봉투법’, 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 등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며 혼란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발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인 모욕을 준 것처럼 정상회담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에 앞서 행정명령 서명식을 했는데, 해당 일정이 한·미 정상회담 시간인 정오를 훌쩍 넘기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서명식이 길어지면서 이 대통령의 백악관 환영식을 위해 백악관 웨스트윙에 도열했던 의장대가 도열을 멈추고 나무 그늘로 들어가는 모습도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는 “한국에서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미군)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고 들었다”고 발언하면서 분위기는 더 악화했다.
이 대통령이 탄 의전 차량은 백악관 앞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이 끝날 때까지 몇분을 대기하다 정상회담이 예정된 정오보다 33분 늦은 12시33분에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가 있는 웨스트윙 정문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웨스트윙 정문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 대통령과 웃으며 악수하고 이 대통령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일정 부분 긴장이 가라앉았다.

두 정상은 오벌오피스로 이동, 12시43분부터 회담장에 마주 앉았다. 취재진이 두 정상을 뒤따라 오벌오피스에 들어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다. 이건 정말 큰 군중”이라며 “당신은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모았다”고 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한국의 이 대통령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우리는 서로 알고 지내며 매우 잘 지내왔다”고 말하면서 140분간의 정상회담 및 업무 오찬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 동안 북한 문제 등을 논의하며 수차례 서로를 마주 보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

강 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며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전달했다고도 전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