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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하나”…‘김밥의 기적’ 경기도교육청의 국제교류

입력 : 2025-08-26 06:00:00 수정 : 2025-08-26 03:17:35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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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국제교류협력’ 강화…미래사회 대비
임태희 교육감 “국경 넘어, 경계 허물고 교육 협력”
‘유네스코 국제포럼’ 성과…국제협력전담팀 신설
다양한 국가와 맞손…다문화 인재양성 프로젝트
교육지원청 역할도 강조…성남교육지원청 등 핵심

#.1 2023년 8월 ‘김밥(kimbap)’은 미국 사회를 강타했다. 한국계 크리에이터 세라 안씨가 한식 저변을 확장한 주인공이다. 대형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에서 파는 냉동 김밥을 어머니와 리뷰하는 60초짜리 영상이 단초가 됐다. 3.99달러(약 5540원)짜리 유부우엉김밥을 들고나와, 주황색 포장지에 싸인 아홉 조각의 김밥을 맛보는 내용이었다. 세라 안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쁘지 않아요(It's not bad).” 3주 만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틱톡 조회 수 1100만회를 기록한 영상은 김밥을 ‘없어서 못 먹는’ 인기 식품으로 바꿔놨다. 20여년 전 초등학생이던 세라 안씨는 어머니가 싸준 김밥을 학교에 갖고 갔다가 미국인 동급생들로부터 “역겹다”며 놀림당한 경험을 지녔다. 악몽이 자부심으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2 ‘이제 미국 학생들은 김밥이 뭔지 알까?’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선 초등학생 80여명이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김밥을 마는 K-푸드 수업이 열렸다. 경기도교육청 교원 등 10여명이 참여해 진행한 K-컬처 교류행사(여름 캠프) 자리였다. 이날부터 엿새간 시애틀과 벨뷰 지역을 돌며 열린 순회 행사에서 미국 초등학생들은 김밥에 남다른 관심을 드러냈다. 문화적 공감과 상호 이해의 물꼬를 트기 위한 음식 수업은 한국어 수업으로 이어졌다. 캠프를 방문한 캘리 아라마키 벨뷰 교육감은 경기도교육청의 교류협력에 적극적 협력을 다짐했다. 이용욱 시애틀 한국교육원장도 “이번 캠프가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즐겁게 배우는 계기가 됐다”며 “학생들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문화로 확장되는 교육적 의미를 실감했다”고 전했다. 

 

미국 시애틀·벨뷰지역의 초등학생들이 김밥을 이용해 K-푸드 수업을 받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 美 초등학생들의 ‘김밥 수업’…“문화 확장의 교육적 의미”

 

전 세계를 무대로 삼은 경기도교육청의 교류협력이 주목받고 있다. ‘자율·균형·미래’라는 기조를 앞세워 체계적 공교육 속에서 맞춤형 교육 확대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협력전담팀을 신설한 도교육청은 다양한 국제교류 정책과 교육지원청 중심의 교류로 글로벌 인재양성에 한 발짝 다가선다는 목표도 세웠다.

 

26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스스로 ‘경기미래교육청’으로 명칭을 바꿨다. 학생 개인에게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과 인성을 기르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도교육청 교류협력의 상징적 행사는 지난해 12월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이다. 도교육청이 추진 중이 다양한 정책을 전 세계에 알리며 교류협력에 탄력을 붙인 계기가 됐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오른쪽)이 지난 4월 현장을 방문해 다문화 학생의 교육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행사에는 ‘미래를 위한 교육의 새로운 사회계약’을 주제로 국제기구 주요 인사, 국내외 교육전문가, 교육연구가, 교사 등 56개국 2800여명이 참여했다. 도교육청과 유네스코, 교육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경기미래교육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포럼 기간 주요 세션은 경기도교육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유네스코 국제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사흘에-워크 쥬드 전 에티오피아 대통령은 “교육은 기후 위기와 기술 혁신이라는 글로벌 도전에 맞서 인류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임태희 교육감 역시 “모두를 위한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실천적 방안을 논의함으로써 공동의 지혜와 경험을 함께 나누자”고 했다. 그러면서 임 교육감은 “교육은 하나다. 국경을 넘어, 경계를 허물고, 함께 논의하며 협력하는 관계가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행사를 계기로 임 교육감은 올해 2월 미국 하버드대 초청 특강에 나섰다. 5월에는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PEC 교육부 장관 회의 및 글로벌 교육개혁 콘퍼런스에 초청받아 강연했다. 평소 임 교육감은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글로벌 교육 협력을 주제로 견해를 밝혀왔다. “다른 곳과 새로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교류하고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해외국가들과 국제 교육개발지원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임 교육감과 주한 몽골 대사의 간담회를 계기로 재한 몽골학교 확대 협력을 위한 실무자 간 협의가 진행된 게 대표적 사례다. 캄보디아와는 교육복지사업 모델에 관한 협의가 이어지고 있다. 튀니지와는 교육 정보화를 놓고 협력이 추진된다.

 

경기도교육청의 ‘2025 다문화 고등학생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WE:LINK Go)’ 참가자들이 출국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지난해 10월 우간다공화국의 수도인 캄팔라에서 열린 경기도교육청의 디지털 교육 관련 현지 연수. 경기도교육청 제공

◆ 다문화 인재양성 프로젝트…카자흐스탄에 다문화 고교생 파견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주변 국가와의 협력 폭도 넓어지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카자흐스탄 과학고등교육부와 업무협약을 교환하고, 카자흐스탄 사범대 졸업생 4명을 도내 학교에 배치했다. 석·박사급으로 이뤄진 카자흐스탄 원어민 보조교사는 도내 다문화 학생 밀집학교에서 고려인 동포 자녀와 러시아어권 학생을 대상으로 이중언어와 문화 다양성 등을 교육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8일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구밀료프 유라시아 국립대학교에선 도내 다문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25 다문화 고등학생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WE:LINK Go)’이 운영됐다. 

 

이 행사는 올해 4월 도교육청과 카자흐스탄 과학고등교육부, 구밀료프 유라시아 국립대학교가 맺은 교육 협력 업무협약의 후속 사업이다. 단순한 국제교류를 넘어 다문화 학생의 진로 설계와 글로벌 리더십 함양으로 범위를 확대한 사례다. 참가 학생들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국제 비즈니스, 디지털 코딩, 문화 교류, 기업 탐방 등을 통해 직접 미래 진로를 설계하는 기회를 얻었다.

 

도교육청은 이를 기반으로 다문화 학생의 언어·문화적 강점을 글로벌 경쟁력으로 전환하고, 세계를 무대로 진로를 설계하는 다문화 진로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에는 도교육청의 초청을 받은 카자흐스탄 고등학생들이 경기도를 방문해 국내 대학·기업과 연계한 진로 설계형 체험 프로그램(WE:LINK Meet)에 참여한다.

 

교육지원청 단위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안산교육지원청 산하 안산 해솔초등학교 학생들은 필리핀·중국 학교와 연계한 국제교류협력을 통해 글로벌 협업과 문화 교류를 배우고 있다. 온라인 수업, 공동 프로젝트 수행, 상호 방문교류, 홈스테이 등이 운영된다.

 

성남교육지원청도 올해 여름방학 기간에 5개국과 연계한 ‘성남 국제교류 글로벌 프렌즈 공유학교’를 사흘간 진행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남외고에서 열린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영어수업을 넘어 미국·러시아·브라질·대만·베트남 5개국과 실시간 교류 수업 형태로 추진됐다. 한양수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국제교류는 일부 학교나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학생들의 글로벌 소통 역량과 자신감을 키우는 의미 있는 실험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138곳에 불과했던 도내 국제교류프로그램 운영학교는 올해 300곳에 육박하고 있다. 이천도예고에 교육과정 연계, 지역 협력을 강조한 지속 가능한 국제교류 방안을 제안하는 등 학교·공유학교·온라인학교로 나누어 다양하게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 강연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 유네스코, 교육의 국제 연대 강조…경기교육 ‘백년지대계’

 

현재 도교육청에선 수원·성남·시흥·파주·구리·남양주 등이 확장형 교육지원청 역할을 맡고 있다. 해당 교육지원청들은 인근 교육지원청의 역량 확대에 도움을 준다.

 

도교육청은 ‘언어로 소통하고 실천으로 협력하는 세계인, 배움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세계인’을 양성하기 위해 해당 정책 부서 안에 ‘국제협력 담당팀’도 신설했다. 

 

이들은 △교육 섹터별 국제교류협력 활성화 △국제 교육개발지원 확대 △국제교류협력 센터 기반 마련 △해외 교류협력 기관 확대 △교직원 글로벌 역량 강화 △국제교류협력지원단 및 위원회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가운데)이 지난 2월 미국 벨몬트 고등학교를 방문해 현지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건 유네스코의 ‘국제이해, 협력, 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기본 자유에 관한 교육 권고’이다.

 

유네스코는 1953년 학교사업에서부터 최근 강조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교육 및 세계시민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유네스코의 기본 목표인 국제협력 및 평화의 문화 증진을 위한 교육 활동이다. 1970년대 들어 특정 국가, 지역 차원의 교육에서 벗어나 인류적 관점에서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한 유네스코는 1974년 제1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 같은 권고를 공식 채택했다. 세계인권선언 제26조 2항의 개성·인권·자유·평화 등을 강조한 것으로 모든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의사소통, 국제 연대 및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래교육과 인재를 강조하는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철학도 여기에 잇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기교육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어떻게 미래에 투영될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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