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잠정집계 “최소 850만원”
문화유산 훼손자에게 비용 청구 가능

“국민과 세계인에게 드리는 글 트럼프 대통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 적힌 유성펜 낙서를 지우는 데 1000만원 가까이 든 것으로 추산됐다.
24일 국가유산청 등에 따르면 경복궁관리소는 지난 11일 광화문 석축의 낙서를 제거하는 비용으로 최소 850만원이 쓰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레이저 장비 등 전문기기를 대여하는 데 쓴 비용과 각종 물품 등을 고려한 것이다.
당시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소속 보존과학 전문가 5~6명이 약 7시간 걸쳐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국가유산청은 잠정 비용을 토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가유산청과 경찰은 지난 11일 오전 광화문 석축에 낙서한 혐의(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로 A씨(79)를 체포해 조사했다.

A씨는 석축의 무사석(武沙石·홍예석 옆에 층층이 쌓는 네모반듯한 돌)에 검은 매직으로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쓰다가 적발됐다. 글자가 적힌 범위는 가로 약 1.7m, 세로 0.3m 정도였다.
A씨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 응급으로 입원하기도 했다. 응급입원은 정신질환자나 자·타해 위험이 큰 사람을 의사와 경찰 동의를 받고 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조치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상식적이지 않은 진술을 하고 있다”며 “70대 고령으로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점과 재범 우려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경복궁을 비롯한 광화문에 낙서하는 행위는 문화유산 훼손에 해당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낙서한 행위자에게는 원상 복구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경복궁이 낙서로 피해를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12월에도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을 복구하는 데 들어간 비용만 약 1억5000만원으로 추산됐다.
당시 30대 B씨로부터 10만원을 대가로 10대 청소년 C군과 D양이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겼다. 이튿날에는 20대 남성 E씨가 이를 모방해 경복궁 영추문 좌측 돌담에 스프레이로 또 다른 낙서를 했다.
범행을 사주한 B씨는 최근 2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C군과 D양은 각각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 실형과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E씨는 지난해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지난 2009년 사적으로 지정된 전북 전주시 전동성당 출입문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2명도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2017년 사적인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에 붉은 스프레이로 낙서한 피의자는 징역 2년의 형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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