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들과 머리 맞대…道 1000억 지원
투자유치 91조 달성…TOK첨단재료㈜ 포승공장 착공식 방문
민생회복 소비쿠폰·민생 물가 등 점검…10월까지 시·군 순회
1944년 7월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턴우즈(Bretton Woods).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44개 연합국이 휴양지의 한 호텔에 모여 새로운 국제통화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 자리에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체제의 기반을 마련하며 미국 달러화에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부여합니다.
미국 달러는 금 1온스당 35달러의 가치로 고정됐고, 다른 나라의 통화는 다시 미국 달러에 고정됩니다. 이로써 금을 달러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은 미국만 갖게 됐습니다. 세계 각국이 외환보유고에 달러를 쌓아두면서 ‘달러 패권’, 즉 ‘미국 패권’의 시대가 열리게 된 겁니다.

샤롤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은 달러만 찍어도 세계가 받아주는 특권을 갖게 됐다”고 비판합니다. 삼척동자가 봐도 ‘미국을 위한’ 심각한 불균형임을 알 수 있습니다.
금본위제의 한계를 보완하려던 브레턴우즈 협정은 모순과 악순환을 가져왔습니다. 결국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1971년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며 브레턴우즈 체제의 종말을 공식 선언합니다.
동시에 화폐가치와 국가 권력의 문제, 종이 돈에 의존하는 자산가치 하락의 불안감이 함께 몰려왔습니다. 이는 개방과 자유무역이라는 국제경제 질서의 강화로 보완됐고, 최근에는 비트코인 등 대안 화폐가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습니다.

◆ “국제경제 질서 변화…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경제 질서 자체가 개방과 자유무역에서 패권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로 바뀌고 있다.”
20일 반도체·자동차·수소경제의 심장인 평택항으로 향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김 지사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으로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며 “경제부처에 오래 있으면서 1997년 IMF 위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 경제 위기를 겪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하고,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말했습니다.
평택항 마린센터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 따른 자동차 수출 관련 기업 현장간담회’ 자리에서였습니다.
김 지사는 “경기도 역시 난국을 헤쳐 나가도록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대책을 잘 준비하고 있고 이달 안에 한미 정상회담이 있어 (관세 문제에) 좋은 진전을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발표 이후 세 번째 간담회였지만 여전히 현장에선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도는 관세 폭탄의 피해가 예상되는 도내 중소기업에 특별경영자금 등 1000억원을 확대 지원한 상태입니다.

간담회에는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과 부품 관련 중견·중소기업,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한국후꼬꾸 관계자 등이 참석했습니다. 현장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지원책의 문턱을 낮춰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부품업체들의 공동 해외 진출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2·3차 회사의 영업이익이 3∼5%에 불과해 존속이 어렵다”거나 “협상을 거쳐 15%로 인하된 관세 발효 시점을 알 수 없다”는 호소도 나왔습니다. “지난 4월 김 지사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미시간주를 다녀온 뒤 포드, 스텔란티스 등 완성자 업체와 대화채널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에 김 지사는 “경기도 경제실, 국제국과 경제과학원이 직접 업계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는 콘택트 포인트를 만들어달라”며 “다시 기업과 자리를 마련해 검토하라”고 당부했습니다.

◆ “생존 어려워”…현장에선 위기감 팽배
앞서 이날 새벽 김 지사는 이른바 ‘달달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의 이름은 ‘달려간 곳마다 달라진다’는 문장의 앞글자에서 따왔습니다. 파란색 버스에 흰 글씨로 새겨진 문장에는 ‘민생경제 현장투어’라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투자유치 91조원을 달성한 김 지사는 민생경제 투어의 첫 방문지로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포토레지스트 생산기업 도쿄오카공업(TOK)의 한국법인인 TOK첨단재료㈜의 평택 포승공장 착공식을 택했습니다.
평택포승단지 BIX 산업단지에서 열린 반도체 소부장 핵심생산시설 착공을 통해 도는 민선 8기 목표인 투자유치 ‘100조원 이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김 지사는 앞서 2023년 4월 취임 이후 첫 해외출장에서 일본 가나가와현을 방문합니다. 당시 가나가와현에 있는 TOK의 본사를 찾아 투자유치 업무협약을 교환했고, 협약에 따라 이번 포승공장 착공이 이뤄졌습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TOK첨단재료 포승공장이 완성되면 일본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핵심소재 포토레지스트의 국내 자급률이 확대될 것”이라며 “K-반도체 벨트 완성에 힘을 보태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도는 이미 평택 포승·현덕지구를 비롯해 용인, 이천, 화성 등을 잇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날 착공식에는 김 지사를 비롯해 정장선 평택시장, 타네이치 노리아키 TOK대표, 김기태 TOK첨단재료㈜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간담회를 마친 김 지사 일행은 평택항 입주기업 직원들이 많이 찾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뒤 무더위쉼터로 운영되는 평택 포승면 내기1리 마을회관을 찾아 마을 어르신 등 폭염 취약계층의 의견에 귀 기울였습니다.
이어 평택 통복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며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현황, 민생 물가 등을 점검했습니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해 상인들과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달달버스는 10월 말까지 시·군을 돌며 운행됩니다. 김 지사는 버스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취임 1년째에 31개 시·군을 도는 민원버스를 운행한 적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1년이 정말 중요하기에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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