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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개량 후 1등급 비율 ‘쑥’… 세계인 입맛 사로잡은 한우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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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8-22 06:00:00 수정 : 2025-08-21 21:29:14
안성=글·사진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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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한우뿌리농가육성사업’ 성과

칩으로 384마리 DNA 한 번에 분석
육질 좋은 송아지 더 신속·정확히 선별
50% 안 되던 1등급 판정률 2024년 77% ‘업’
자체 역량 부족한 중소 농가 집중 지원
고품질 재도약 위해 체외 수정도 나서
‘왜 한우가 지구 최고의 고기일 수 있는가’(USA 투데이)

‘한우는 차세대 와규 스테이크인가?’(파이낸셜타임스)


한국의 고급 식재료 ‘한우’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명성을 떨치고 있다. 적당한 마블링에 부드러운 육질, 여기에 깊은 육향과 고소한 풍미까지 더해진 한우의 매력이 세계인을 사로잡은 터. 일각에서는 기존 소고기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던 일본의 와규를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경기 안성 농협경제지주 축산연구원이 연구·개량 중인 소들의 모습. 

이러한 호평의 배경에는 수십년간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온 한우 개량사업이 있다. 양질의 한우 생산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진 씨수소의 정액을 농가에 공급함으로써 오늘날의 한우 품질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최근에는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농협)가 암소 중심의 개량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암수 유전자가 고루 좋으니 고품질 한우 생산율은 기존 수소 중심 개량이 이뤄질 때보다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특히 대규모 농장 대비 열악한 환경에 처한 중소 한우 농가를 중심으로 암소 개량을 지원해 한우 품질 평균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유전자마커, 384마리 6만여개 정보 알아내

19일 방문한 경기 안성 소재 농협 축산연구원은 암소개량 사업인 ‘한우뿌리농가육성사업’의 핵심 기관이다. 센터 내부 실험실에는 암소의 유전적 특질을 파악하기 위한 여러 장비가 마련돼 있었다. 핵심 기술은 DNA 마이크로어레이를 활용한 유전체분석 기법으로 2020년부터 상용화됐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직사각형 판에 사각기둥 형태의 미세한 칩 384개가 배열된 형태로 한 번에 384마리의 암소의 DNA가 가진 수만개의 정보를 분석할 수 있다. 각각의 칩에는 체중, 등심단면적, 등지방두께, 근내지방도 등과 연관된 6만2000개의 유전자마커가 심어져 있어 이를 통해 암소 유전체의 유전능력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

암소 유전체분석기 모습. 384개의 유전체 칩에 심어진 6만2000개의 유전자마커가 암소의 유전체유전능력평가를 수행한다.

예컨대 한우 암소 꼬리털 모근에서 DNA를 추줄한 뒤 이를 증폭, 칩과 혼성화 반응, 형광염색 및 스캐닝 작업 등을 거쳐 해당 암소의 DNA가 가진 6만2000개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양질의 번식용 소를 선별해 송아지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도태시킴으로써 한우 품종을 개량해 나가는 식이다.

 

최소영 축산연구원 암소개량센터 팀장은 “기존에는 소의 임신 기간, 송아지 성장 기간 등 2년이 지나야 암소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어 송아지 생산 기회를 놓쳤다”며 “유전체 분석이 도입되면서 이르면 한 주 만에 어떤 암소의 DNA가 살이 잘 오르는지, 마블링(근내지방도)이 이상적으로 형성되는지, 육질이 부드러운지 등을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절반 이하던 1등급 판정률 76%까지 개선

유전체분석으로 암소 개량의 정확도 및 속도가 빨라지며 1등급 이상(1등급, 1+, 1++) 한우 생산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축산유통정보 다봄에 따르면 2005년(47.9%) 절반에도 못 미치던 1등급 이상 판정률은 한우개량사업소 등을 통해 씨수소 중심의 한우개량이 이뤄지며 비약적으로 상승해 2017년(72.1%) 70%를 넘겼다. 하지만 70% 초반대에서 정체됐고 2020년 암소 개량이 본격화하며 2020년 74.1%, 2022년 75.2%, 지난해에는 76.7%를 기록하는 등 점진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특히 자체 한우 개량 역량이 부족한 중소 규모 농장 위주로 암소개량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축산업이 기업화하며 중소 규모 농가가 줄어들었고 이는 곧 한우산업 기반 약화로 이어지는 탓이다. 2011년 114만6000호에 달했던 한우 50두 미만 농가 수는 12년 만인 지난해 57만1000호로 60% 이상 쪼그라들었다. 올해까지 3년간 암소 개량 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총 1만8895 곳이며 약 13만마리 암소의 유전체 분석이 이뤄졌다.

유전능력평가 외에도 △NH하나로목장 앱 서비스 지원 △우량 암소·후대축 전용 경매장 신설 △우량 암소 특수 귀표 지급 등 중소규모 농가의 우량암소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수정란 이식으로 또 한번 ‘품질 도약’ 노려

농협은 수소, 암소 중심의 개량을 넘어 생체난자채취기술(OPU)을 활용한 고품질 한우 수정란 위탁 생산으로 또 한번의 ‘한우 품질 도약’을 노리고 있다. OPU란 기존 체내수정란 생산을 보완하는 기술로, 난자를 채취한 후 씨수소의 정액과 체외에서 수정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농협축산연구원은 최근 전북 남원축협 한우암소개량센터에서 OPU를 적용한 난자 채취 시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농협은 한우뿌리농가 육성사업에 참여한 암소개체의 유전자를 분석해 상위 5%에 해당하는 초우량암소 3757마리를 선발해 이 가운데 일부를 전국 15개 지역축협 한우암소개량센터와 연계해 공란우(수정란을 생산·공급하는 암소)로 쓸 수 있게 했다.

안병우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이사는 “농협 축산경제는 암소개량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구축을 위해 2023년부터 한우뿌리농가육성사업을 추진했다”며 “지난해 66개 축협, 7519호 농가가 참여했고 올해는 85개 축협, 8690호 농가가 참여하는 높은 호응을 보였으며, 유전체분석과 더불어 컨설팅 등 암소개량과 관련한 다양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특히 올해는 생축장 보유 축협 15개소를 한우암소개량센터로 지정해 우량암소를 활용한 수정란을 생산·공급할 예정이며, 이를 통한 개량 확산 및 생산성 촉진으로 농가 소득 증대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안성=글·사진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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